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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의 반 발짝 패션(3)
아내가 밥 해먹이고 옷 사입히는 세대
옷이나 음식 정도는 혼자 할 줄 알아야
3 셔츠, 1 티셔츠, 4 바지만 있으면 돼
TV를 보면 셰프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많이 늘었다. 예전엔 남자가 요리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그런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더 이상하게 비친다. 세상이 그만큼 빠르게 많은 것을 받아들인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하다 보니 인기 있는 남자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요리하는 남자는 여성에게도 인기가 많다. 자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로맨틱한 면도 있지만, 전문가적인 남자의 멋스러움이 더 크다고 본다. 예전에는 성공한 남자라면 화이트칼라라는 단어로 대변하는 때가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먹고사는 일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 출연해 요리를 하고 있는 배우 차승원
여자는 집안일을, 남자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해온 삶이 일상이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일이 더 중요 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먹고사는 일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것이 어쩌면 더욱 성공한 모습으로 보인다.
요리하고 청소하고 가사를 도와주는 남자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반퇴를 앞둔 사람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이다. 대부분 아내가 요리하고 사다 주는 옷을 입어온 세대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스스로 의(衣)·식(食)만 해결해도 멋진 남자
혼밥ㆍ혼술 등 즐기는 ‘혼놀’족
혼술·혼밥족이 늘어 간다는 것은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낸 문화이기도 하다. 아내 없이 혼자 남겨진다면 많은 부분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혼자서 옷을 챙겨 입어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남자 스스로 의(衣)와 식(食)을 해결할 수 있다면 뒷방 늙은이란 소리는 면할 수 있다. 오히려 아직도 현업에서 당당하게 싸워나가는 멋진 남자로 보일 수 있다.
멋진 남자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유행에 따라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자신의 취향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이나 의류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뭐든 처음 시도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시작하면 별것 아니다. 이미 당신은 혼자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오고 있다.
옷 고르기? 자동차 고르는 거랑 같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살 때 어떤 종류를 사야 할지 직접 매장에 가서 요목조목 따지고 비교하지 않는가? 옷도 다를 게 없다. 처음이 힘들 뿐이다. 옷을 잘 입는 방법으로 첫 번째는 어떻게 입는가에 앞서 혼자서 옷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느냐다. 이렇게 혼자서 옷을 쇼핑하다 보면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예전에 몰랐던 디테일 함이라고 할까.
반 발짝 패션은 값비싼 옷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머니 사정에 맞게 구매하면서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브랜드에서 나오는 옷을 잘 알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즐겨입는 한 가지 옷으로 주중 5일 새로운 스타일
내 옷장에서 가장 즐겨 입는 옷에 어떤 옷을 더하면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까? 혼자서 하나의 상의로 일주일 동안 스타일링 할 수 있다. 가령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의 하나를 기준으로 인너와 하의를 상황에 맞도록 착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자켓으로 5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그림 양현석]
하나의 상의를 기준으로 3종류 셔츠와 1종류 티셔츠 그리고 4가지 바지만 있어도 매일 매일 다른 옷을 입는 것 같이 연출할 수 있다. 옷을 사는 비용도 줄이고 비슷한 종류를 계속 사는 중복 투자도 줄일 수 있다. 자기만족도 올라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스타일도 스스로 잘 꾸며서 혼자서 옷 잘 입는 남자로 변신해보자!
양현석 세정 브루노바피 브랜드 디자인 실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