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전문가 하문식 교수
中 100차례-北 10차례 현장 조사
“지배자 아닌 백성 모두의 무덤
동북공정에 맞설 틀 확실히 마련” 하문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고인돌은 비교적 쉽게 볼 수 있고 외관이 화려하지 않아 귀한 대접을 못 받기도 하지만, 그 채석 및 축조 기술은 영국 스톤헨지 등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하문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고인돌은 비교적 쉽게 볼 수 있고 외관이 화려하지 않아 귀한 대접을 못 받기도 하지만, 그 채석 및 축조 기술은 영국 스톤헨지 등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 랴오닝성 문물고고연구소의 저널에 ‘환황해(環黃海) 고인돌 문화권’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고인돌을 세운 이들이 고조선과 관련됐다는 학설이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받아들여지게 되는 셈이지요.”
이달 정년 퇴임하는 ‘고인돌 전문가’ 하문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65)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환황해 고인돌 문화권’이란 고인돌의 분포 지역이 고조선의 초기 강역으로 알려진 지역과 거의 일치하고, 청동기시대 대표 유물인 비파형동검 분포권과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고조선의 실체를 밝히려는 가설이다.
반면 중국 측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인돌을 중국 문명의 일부로 왜곡하려 하고, 북한은 대동강문화론(평양 대동강 유역이 고대문명 발상지란 주장)의 근거로 고인돌을 내세우려 하기도 한다. 하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을 100여 차례,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하면서 고인돌 조사에 헌신해 왔다. 보안을 이유로 카메라는 물론이고 휴대전화조차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유적지를 쫓아다녔다.
10여 년 전 환황해 고인돌 문화권 가설을 제시한 뒤엔 북방 탁자식 고인돌과 한반도 남방 개석식(蓋石式) 고인돌의 연결 고리를 찾고자 애썼다. 하 교수는 “경기 하남 등의 지역에서 탁자식과 개석식의 과도기에 놓인 ‘변형 탁자식 고인돌’을 발견했다”며 “고조선 강역 내 문화 전파를 보여주는 핵심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구석기 고고학의 개척자인 고 파른 손보기 연세대 교수(1922∼2010) 등을 사사한 하 교수는 고인돌이 흔히 알려진 대로 ‘지배자의 무덤’이 아니라 ‘백성 모두의 무덤’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과거 한반도에 고인돌이 약 6만 기가 있었다고 추정하는데, 그중 비파형동검을 비롯해 지배자의 물품이 나오는 건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민무늬 토기나 화살촉 한두 점이 출토되는 게 전부이고, 어린이나 여성의 뼛조각도 나온다”며 “고인돌이 청동기시대에 보편적으로 축조된 무덤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퇴임 뒤에도 연세대 파른기념교수로서 연구를 이어가는 하 교수는 “아직 남은 숙제가 있다”고 했다.
중국과 북한의 아전인수식 고인돌 해석에 학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틀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인터뷰 당일도 그는 랴오닝성의 정가와자 유적에 엿새 동안 다녀온 직후였다. 비파형동검과 관련된 주요한 청동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우리나라가 고구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중국은 이미 고구려를 넘어 고조선까지 손댄 참이었습니다. 자꾸 한 발씩 늦는 거죠. 아직 연구가 미흡한 북한 지역의 고인돌 자료를 선제적으로 힘 닿는 데까지 정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