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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 쿠르스크에) 왔다”고 밝혔다.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정찰·저격수였다는 26세의 리씨는 외아들이지만, 파병 전 3개월간 가족과 연락을 못 했다.
그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21세의 소총수 백씨도 외아들이다. 파병된 병사 대부분이 그렇다는데, 이들 태반은 이미 전사했거나 불구가 됐다. 정권 유지를 위해 젊은이들을 가족에게도 비밀로 한 채 ‘유학’이라 속이고 이역만리의 사지(死地)로 끌고 갔다. 김정은 체제라면 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들의 인터뷰는 김씨 정권 치하의 북한 동포들이 어떤 고통 속에 신음하며 살고 있는지를 새삼 보여준다. 2015년 입대한 리씨는 고향인 평양과 가까운 황해남도 신천에서 10년간 군 복무를 했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집에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한 번 입대하면 남자는 10년, 여자는 7년을 복무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군에서 굶기 일쑤고 신체적, 성적 폭행도 일상적으로 자행된다. 그런 실상을 알고는 있었지만, 총탄에 턱이 부서진 북 청년을 통해 직접 들으니 치를 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