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토착 종교 신자를 표적 삼은 아이티 갱단의 잔혹한 범죄에 대해 유엔이 강하게 성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지난 주말 벌어진 집단 피살 사건에 대해 "끔찍한 폭력을 규탄하며, 인권침해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홈페이지 성명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아이티 경찰이 갱단 폭력을 성공적으로 제어하는 데 필요한 지원 제공 필요성을 유엔 회원국에 촉구했다"며 "아이티에서의 정치적 전환이 신속하게 진전돼야 한다고도 역설했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6∼8일 포르토프랭스 내 시테 솔레이 지역 제레미 부두에서는 무장 갱단이 노인 127명을 포함해 최소 184명을 살해했다. 현지 인권단체는 해당 지역을 장악한 갱단 두목 모넬 펠릭스 명령으로 자행된 학살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서아프리카에서 유래한 아이티의 토착 종교 중 하나인 부두교 신자이거나 이 종교와 관련된 이들인데, 병에 걸린 아들을 둔 펠릭스가 부두교 '주술'을 문제 삼아 이번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에 피세메 아이티 총리실은 이 피비린내 나는 사건을 "야만적이고 참을 수 없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탄했고, 미 백악관은 이번 사태에 "경악했다"는 반응과 함께 긴급한 국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별도로 아이티로의 무기 밀매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역설했다. 유엔은 아이티 갱단에서 소지한 현대식 무기가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