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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가 경고성이면 다음엔 뭘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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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정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야당에 대해 경고만 하려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아가 한 대표가 ‘계엄군이 왜 나를 체포하려 했느냐’고 항의하자 윤 대통령은 “그랬다면 정치활동 금지를 명시한 계엄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 인사들을 통해 전해진 발언은 그게 진짜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인지,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의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그 발언은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비상계엄 선포가 무장 군인을 국회에 투입해 야당을 겁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작전이었다는 자백과 다름없다. 특히 그 발언에 깔린 인식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야당과 국회 정도는 총칼로 다스릴 수 있다는 군사정권 독재자의 사고방식이 담겨 있다. 그게 별일 아닌 듯 말하는 데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경고성이라면 다음엔 뭘 더 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사실 윤 대통령의 3일 밤 계엄 선포 담화에 이미 그런 극단적 인식이 담겨 있었다. 국회를 ‘괴물’ ‘범죄자 소굴’로 규정하고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같은 적대적 언사로 일차적으론 야당, 나아가 자신에 거스르는 여당 내부까지 겨냥했다.

 

 

계엄포고령 1항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는 그런 인식을 친위 쿠데타와 다를 바 없는 계엄 실행 조치로 구체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외치던 자유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몰상식과 무책임이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잇단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 등 야당의 독주로 인한 국정 마비를 계엄 선포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대하는 정당(opposition party)으로서 야당의 역할, 나아가 그런 야당과 대화를 통해 타협을 끌어내는 장(場)으로서 국회의 존재를 부정하며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게 과연 대통령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가로서 헌법 요건에도 맞지 않고 법률에 어긋나는 조치를 하고도 윤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다고 강변한다.

 

 

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료들 상당수가 우려 또는 반대했다는데, 윤 대통령은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러곤 비상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여당의 해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면직 처리해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탄핵 위기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이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국민의힘에서 이탈 의원 8명만 생겨도 소추안은 가결된다.

 

 

여당 내에선 윤 대통령 탈당이나 임기 단축 등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혹여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지층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면 착각일 것이다. 여권에서도 공멸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리더십을 상실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실격(失格) 사유를 여실히 보여줬고 영(令)이 안 서는 현실을 자초했다. 한 외신은 “그 스스로 대통령직은 물론 어떤 자리에도 부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 사태 장기화는 국가적 불안정을 높인다. 정치 혼란을 넘어 경제 사회적 파장도 커진다. 윤 대통령 스스로 냉정하게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할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결단으로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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