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놀란 국민들은 1시간 후 계엄사령관 명의로 나온 6개항의 포고령을 보고 황당했을 것이다.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항부터가 위헌과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기관인 국회 마비 시도는 형법상 ‘국헌문란’으로 내란죄 위반의 소지도 있다. 국회와 정당 활동 금지는 45년 전 10·26사태 직후 나온 계엄 포고령에도 없던 내용이다.
심야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박 총장은 “계엄 선포를 윤석열 대통령 발표를 보고 알았으며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군사 정권도 엄두 내지 못한 포고령을 공표했다니 그 시대착오가 놀랍다. 계엄포고령에는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도 있다. 사전 검열은 민주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보도지침’이라도 만들 작정이었나. 포고령 5항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인 의료인은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도 경악스럽다.
사회 필수인력 중 의사만 콕 집어 ‘처단’ 운운하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으니 의정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 출신 민정수석비서관에 법무부 장관을 참모로 두고 위헌적 포고령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계엄 선포를 대통령 발표 보고 알았다는 계엄사령관은 자기 이름으로 공표된 포고령 작성자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군 관계자 4명과 포고령을 검토했지만 계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며 지체하다가 포고령 선포하라는 연락을 받고 포고 시간만 22시에서 23시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황당무계한 ‘타임슬립’ 포고령은 어떤 경위로 작성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