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을 부지런히 하는 사람이라도 낮에 앉거나 누워서 생활하는 시간이 10.6시간을 초과하면 심부전에 걸리거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등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이라는 미국 심장학회 운동 권장량을 충족하더라도 너무 오래 앉거나 누워있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임계값(10시간 36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심장 전문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샤안 쿠르시드(Shaan Khurshid)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며, 하루 10.6시간은 심부전 및 심혈관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잠재적인 주요 기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활동적인 사람이라도 너무 오래 앉아있거나 누워 있으면 심장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학회 저널(JSACC)에 15일(현지시각) 게재된데 이어 2024년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연례 학술대회(16~18일)에서 발표했다. 운동 부족이 심혈관 질환(CVD)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현재 지침을 따르더라도 하루 최소 운동량은 20~30분에 불과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운동이 하루 활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CVD) 위험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식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현재 가이드라인은 하루 활동의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좌식 행동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8만9530명(평균 나이 62세·여성 56.4%)을 대상으로 7일 동안 손목에 착용한 장치로 신체활동을 측정했다. 이후 8년 동안 심방세동(AF), 심부전(HF), 심근경색(MI), 심혈관 질환 사망 등의 사례 발생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앉아있는 시간은 9.4시간이었다. 관찰기간 동안 3638명(4.9%)이 심방세동(AF), 1854명(2.1%)이 심부전(HF), 1610명(1.84%)이 심근경색(MI) 진단을 받았으며, 846명(0.94%)이 심혈관 질환(CVD)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 분석 결과 심방세동과 심근경색의 위험도는 앉아있는 시간 증가에 따른 드라마틱한 변화 없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심부전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10.6시간을 기준으로 차이가 분명했다.
앉아 있는 시간이 10.6시간 이하일 땐 위험 증가가 미미했으나 이를 초과하면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계점’ 효과를 보였다. 또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앉아 있는 시간이 심방세동과 심근경색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감소했다. 하지만 심부전 및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여전히 컸다. 이 정도 운동만으론 오래 앉아있는 것에서 오는 악영향을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이 8.2~9.4시간인 사람들과 비교해 10.6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들은 심부전과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각각 45%와 62% 높았다. 심방세동과 심근경색 위험도 각각 11%와 15% 증가했다.
쿠르시드 박사는 “하루 10.6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을 피하는 것이 심장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최소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게재된 편집자 논평에서 브라운 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책임자인 찰스 이튼(Charles Eaton) 박사는 매일 지나치게 긴 좌식 생활시간 중 30분을 어떤 유형의 신체 활동으로라도 대체하면 심장 건강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강도에서 고강도의 활동을 추가하면 심부전 위험이 15%, 심혈과 질환 사망 위험이 10% 감소했으며, 가벼운 활동조차 심부전 위험을 6%,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9% 감소시켰다고 강조했다. JSACC 편집장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할란 M. 크럼홀츠(Harlan M. Krumholz)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더 나은 건강을 위해 사람들을 움직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