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계단 오르기 같은 고강도 신체활동을 하루에 4분만 일상생활에 추가하면 심장마비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3일(현지시각) 발표한 호주 영국 스페인 덴마크 캐나다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평소 운동다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계단 빠르게 오르기, 버스를 타기 위해 뛰듯 걷기, 무거운 쇼핑백 옮기기 등 일상 적이만 격렬한 신체활동을 단 1분30초에서 4분만 수행해도 심장마비, 심부전(심장이 펌프질을 제대로 못해 신체 기관에 혈액을 정상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 등 주요 심혈관 위험의 약 50%를 예방할 수 있다.
이는 운동량보다 운동 강도가 모든 원인으로 인항 사망률 저하와 더 큰 연관이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스위스 바젤대학교와 영국 레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올 10월 유럽 예방 심장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 활동을 더 높은 강도로 수행할 때 모든 원인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 특히 고강도 운동은 뇌졸중, 동맥질환, 기타 심장 문제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중년 남녀를 대상으로 ‘간헐적 생활 고강도 신체 활동’(Vigorous Intermittent Lifestyle Physical Activity)이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평균 나이 61세의 성인 8만 1052명의 건강·의료 정보를 활용했다. 이들은 일주일 간 24시간 동안 활동추적기를 착용하고 생활했다.
참가자 중 2만2368명(27.6%)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거나 일주일에 한 번 산책하는 게 운동의 전부라고 보고했다. 나머지는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주 1회 넘게 산책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의 심장 건강(사망 또는 병원 입원 기록)을 2022년 11월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정식으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하루 평균 3.4분(3분24초)의 강도 높은 활동을 기록한 여성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주요 심혈관계 이상 사건(MACE) 발생 위험이 45%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심장마비 위험은 51% 낮았고, 심부전 발생 위험은 67% 감소했다. 반면 남성은 이러한 연관성이 덜 명확했다.
정식으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매일 5.6분(5분36초) 동안 짧은 고강도 활동을 한 남성은 MACE 발생위험이 16% 감소했다. 하지만 MACE의 개별 구성 요소, 즉 심장마비, 심부전 등과의 명확한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성의 경우 간헐적 생활 고강도 신체 활동 양이 적더라도 심혈관계 위험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하루 최소 1.2~1.6분만의 고강도 활동으로도 모든 MACE 위험이 30% 감소, 심부전 위험이 40% 감소했다.
남성은 최소 2.3분의 고강도 활동이 MACE 위험을 11% 낮추는 것과만 관련이 있었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고강도 신체 활동과 MACE, 심장마비, 심부전 위험 간 용량-반응 관계에서 성별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뇌졸중에 대한 용량-반응 관계는 남성에게서만 관찰되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간헐적 생활 고강도 신체 활동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여성의 주요 심혈관 사건 예방을 위해 효과적인 신체 활동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자들은 간헐적 생활 고강도 신체 활동 효과가 운동을 하지 않는 여성에게서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지만, 남성도 일상생활에서 이를 실천함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고강도 운동을 함으로써 심혈관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주일에 최소 150분(하루 20~30분) 이상의 중등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권장한다. 연구진은 한계도 인정했다. 다른 관찰연구와 마찬가지로 고강도 간헐적 생활 신체 활동이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을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