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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의 후반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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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도연명(陶淵明, 도잠). [사진 www.71cn.com]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다’라는 말이 있다. 관직, 혹은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낙향할 때 지금도 종종 관용어처럼 사용한다. 그대로 번역하면 ‘돌아가는 것을 노래하다’는 뜻으로, 유명한 시인 도연명(陶淵明, 도잠)의 작품에서 유래했다. 
  
중국 동진(東晉)시대 말기에 활동한 도연명은 은일(隱逸, 세상을 피해 숨은) 시인의 대표로 꼽힌다. 40대에 접어들며 벼슬살이를 완전히 접고 전원으로 돌아갔지만 처음부터 은거하는 삶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웅대한 포부는 온 세상을 뛰어넘고 / 날개를 활짝 펴 날아오르려 했다’(『잡시(5)』)는 시구처럼 그 또한 젊은 날엔 천하를 구제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도연명의 동진 시대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나라 전체를 뒤흔든 반란만 해도 십여 차례 계속됐고 곳곳에서 농민 봉기가 이어졌다. 조정과 지배층은 무능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탐욕스럽게 백성을 괴롭혔다. 도연명은 이내 극심한 절망에 빠지게 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도연명, 술값 벌려고 출사  

그런데 상황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벼슬길에 나섰다. 집이 워낙 가난했기 때문이다. “나는 집이 가난해 밭 갈고 뽕나무를 심어도 먹고 살 수가 없었다. 집에는 어린 자식들이 가득했지만 저장해 둔 곡식이 없었고 생활에 필요한 것이 있어도 구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숙부께서 나를 추천해주셨고 덕분에 작은 고을에 부임하게 되었다. 시국이 불안한지라 벼슬하기가 꺼려졌지만 봉급을 받으면 족히 술을 담글 수 있기에 출사하였다.”(『귀거래사』 서문) 
  
여기서 잠깐! 도연명은 술값을 벌려고 관직에 나섰다고 말한다. 실제로 도연명의 시에는 술이 자주 등장하는데, 『음주』라는 제목의 시만 20수 넘게 남겼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살아있으면서 술을 마음껏 마시지 못한 것”(『만가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이백처럼 술을 탐닉했던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해 흐트러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술은 어두운 현실과 그에 따른 고뇌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상징적 존재였다. 세속을 떠나 자유로운 정신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희망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를 위해 벼슬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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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값을 벌기위해 관직에 나선 도연명. [사진 www.5011.net]
  
물론 이러한 도연명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질식할 것 같은 세상에서 ‘술’의 삶과 ‘관직’의 삶은 결코 합치될 수 없었다. 도연명은 29세에 강주좨주에 제수됐고, 진군참군·건위참군·팽택령 등의 벼슬을 지냈다. 팽택령 시절 군(郡)에서 파견한 감독관에게 비굴하기 싫다며 사직서를 내고 다시는 관직을 맡지 않았다. 이때 그는 “내가 어찌 쌀 다섯 말 때문에 향리의 어린아이에게 허리를 굽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단순히 감독관 개인에게 내세운 자존심이 아니라 더 이상 부조리한 현실에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40대에 관직 버리고 낙향, 술과 시짓기로 소일  

이에 도연명은 『귀거래사』를 짓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지나간 일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 앞으로의 일은 추스를 수 있으니 / 실로 길을 잘못 들어선 지 오래지 않았으며 /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깨달았다.” 관직은 자신의 길이 아니니 이제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렇게 돌아온 고향에는 자유로운 정신, 술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어린 자식 이끌고 방에 들어서니 / 술은 동이에 가득 들어있다 / 술잔 끌어다 따라 마시고 / 뜰 아래 나무를 바라본다.” 
  
그렇다면 이후 도연명의 전원생활은 평안했을까?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농사 소출이 시원치 않아 굶주리는 날이 많았고 집이 불에 타서 전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연명은 인생 후반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곤궁해도 절조를 지키는 것이 평소의 뜻 / 굶주린다고 해도 그뿐일지니” (『유회이작』) “어찌 정말로 고생스럽지 않겠냐만 / 두려운 것은 춥고 배고픈 것이 아니니 / 빈천과 부귀와 늘 싸우지만 / 언제나 도의(道義)가 이겨 얼굴엔 근심이 없다” (『영빈사』) 
  
자신의 신념을 간직하고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혼돈과 불의로 가득한 세상, 현실과 이상의 모순 속에서 힘들고 고단하지만 올바른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인생의 한창 시절 다신 돌아오지 않고 / 하루의 새벽도 두 번 찾아오지 않는다 / 때에 맞추어 열심히 살아가야 하니 /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잡시』) 
  
김준태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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