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예상 못했을까 극단적 승부수 던졌지만...
‘탄핵 부메랑’ 불가피
기자 입력 2024.12.04. 01:43 업데이트 2024.12.04. 02:24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사전 예고 없는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은 다름 아닌 ‘비상 계엄’이었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물론 여당 대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법에 해박한 윤 대통령은 헌법에 근거해 더불어민주당이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는지 ‘국민적 의문’에 윤 대통령이 답해야 할 수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여야는 4일 새벽 1시8분쯤 국회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계엄의 실질적 효과는 상실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약 2시간만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결 직후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했다. 이어 “군·경은 즉시 국회 경내를 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길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꼭 지키겠다”고 밝혔다.
계엄 해제 상황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탄핵 부메랑’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절차상 윤 대통령이 계엄 무효를 선언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사에서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국회에 도착해 “헌법질서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계엄선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요구는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했다.
계엄 해제 직후에는 “지금부터는 위법적인 계엄령”이라고 강조했다. 담화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보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인 행위가 국회와 국민들을 파국으로 몰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검사 탄핵 등 사법 업무 마비
▲행안부 장관, 감사원장 탄핵 등 행정부 마비
▲예산 전액 삭감 등 국가 재정 농락
▲마약 천국 등 민생 치안 공황 상태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대다수 국민, 언론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건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 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이 부분에 대한 소명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과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 직전부터 지금까지, 일절 전화통화가 되지 않는 등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