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폭스 채널의 뉴스쇼 '폭스 앤드 프렌즈(Fox & Friends)'에 닐 고서치 연방법원 대법관이 출연했다. 인터뷰는 최근 고서치 대법관이 출간한 책(A Republic, If You Can Keep It) 홍보 때문이었지만, 논란은 의외의 지점에서 발생했다. 고서치 대법관의 짧은 인사말 때문이었다.
뉴스쇼 공동 진행자 중 한명인 에인슬리 이어하트가 고서치 대법관을 소개하며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화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
소셜네트워크 등에서는 순식간에 좌파 비평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크리스마스 전쟁(War on Christmas)을 다시 일으켰다" "대안적 인사말인 '해피 할러데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세속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보수 진영의 속내를 나타낸 것으로 매우 황당한 인사"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고서치 대법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판사다. 폭스 채널 역시 보수적 색깔을 띠는 방송이다. 그럼에도, 좌우의 관점 차이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넘어 크리스마스 인사말에 대한 갈등에는 오늘날 기독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내에서는 수년전 부터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피 할러데이'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해피 할러데이'가 종교색을 뺀 중립적 인사라는 주장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여론은 어떨까.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선호하는 미국인은 10명 중 3명(32%) 뿐이다. 지난 2005년(43%)에 비해 감소했다. 반면, '해피 할러데이' 인사로 대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15%로 나타났다. 2005년(12%)에 비해 늘었다. 정부 및 공공기관 등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응답도 증가했다. "공공 기관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 안 된다"는 답변은 26%로 2014년(20%)에 비해 늘었다. 그만큼 종교적 색채를 띠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반감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계에서 성탄은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눕힌 것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 ▶천사가 목자에게 예수의 탄생을 알린점 등 크게 4가지 이야기가 얽혀있다. 반면, 1945년 이하의 노년세대는 무려 70%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4가지 이야기를 모두 믿었다.
각 세대 중 노년 세대만이 유일하게 2014년(66%) 응답보다 높아진 게 특징이다. 인사말에 대한 관점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공화당원 2명 중 1명(54%)은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선호했다. 반면, 민주당원의 응답은 19%에 그쳤다.
오늘날 사회가 가치와 인식의 차이로 갈등이 더욱 양산되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시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