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 일상적으로 욕설 퍼부었다" 제보 잇따라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대한항공 조현민(35) 전무 파문이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로 번지고 있다.
이 이사장이 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고, 자택 공사를 하던 작업자에게 폭언하는 상황을 담은 것이라는 음성파일도 공개됐다.
19일 SBS는 2013년 여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한 작업자로부터 확보했다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이 음성 파일에는 한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XX야. 저 XX 놈의 XX. 나가" 등 욕설을 하는 것이 담겨있다.
당시 작업자는 녹취 파일 속 목소리 주인공이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는 "(이 이사장이) 무릎을 꿇리고 갑자기 따귀를 확 때렸는데 직원이 고개를 뒤로 피했다"며 "그랬더니 더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걷어찼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65억∼70억원 가운데 30억원가량을 회사 돈으로 지불한 혐의(배임) 등으로 지난해 조 회장과 함께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와 인터넷 게시판·SNS상에도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을 증언하고 제보하는 성격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고성을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된 후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인물은 한진 총수 일가 비위에 대해 적은 글에서 이 여사 관련 내용을 자세히 적었다.
그는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여사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그중에서도 운전기사들이 당한 수모는 눈물겹다. 욕설은 당연하고 얼굴에 침을 뱉는다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진 총수 일가가 자택 가정부로 외국인을 선호한다면서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마음 편하고 소위 말해 막 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항공 필리핀지점이 가정부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총책 역할을 수행한다"고 의혹도 제기했다.
한진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 호텔 직원들도 이 이사장의 '갑질'을 증언했다.
이날 JTBC는 인천 하얏트 호텔 2층 정원을 관리하는 이 이사장이 4년 전 자신을 몰라보고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에게 폭언했고, 해당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또 인천공항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를 두 딸과 함께 찾은 이 이사장이 음식이 식었다며 접시를 집어 던졌다는 증언도 소개했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한진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명품 등 쇼핑을 한 뒤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대한항공 직원 등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체적인 제보나 관련 정황은 없었지만, 의혹이 증폭하자 관세청도 조사에 나섰다.
관세 당국은 현재 한진 총수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과 세관 신고, 관세 납부 내역 등을 비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