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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의 91세 왕언니의 레슨(3) 

"90세에 새 삶을 찾아 나선 대한민국 1세대 여의사. 85세까지 직접 운전하며 병원을 출퇴근했다. 88세까지 진료하다 노인성 질환으로 활동이 힘들어지자 글쓰기에 도전, ‘90세의 꿈’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문인으로 등단했다. 근 100년 동안 한국의 역사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 웃음과 꿈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삶에 도전해 온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85세까지 본인이 노인인 줄 몰랐다니 나이는 진정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편집자 주>
 
나에겐 나이 일흔이 넘도록 오랜 세월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친구들이 있다. 함께 의과대학을 다닌 친구들로, 졸업하고 몇 명은 미국으로 대구로 부산으로, 또 몇 명은 서울로 흩어져 제각각 개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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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여의사 친구들과 함께. [사진 김길태]

 
40대를 기점으로 자식 교육 등의 이유로 한명, 두명 서울로 모이게 되었다. 다시 모인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각자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 친구들이 일흔을 넘기면서 한 명씩 사정이 생겨 병원을 그만두고, 소일거리 삼아 작은 일자리라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에 들어앉았다. 은퇴한 친구들 대부분은 옛날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와는 달리 지루한 노인의 하루를 보내면서 아주 가끔 가족과 여행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든이 다 된 나이지만 여전히 건강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함께 가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문엔 국내에서 간단히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 소개가 많이 있다. 나는 우선 돈이 많이 안 들고 하루 해를 즐기고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70세가 넘으면 지하철·공원 등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은 어디든지 무료다. 노인을 위해 국가가 제공해 주는 이런 혜택만 잘 이용해도 그동안 보지 못한 곳, 즐기지 못한 것을 얼마든지 싸게 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산으로 공짜 온천여행 가기로 의기투합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이 온천이었다. 고향이 부산인 나는 온천을 좋아한다. 부산에는 동래온천, 해운대온천 등 곳곳에 좋은 온천이 많아 젊은 시절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가족탕에 가서(그때는 어린 딸들과 애 아버지가 함께 목욕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같이 목욕하고 삼계탕이나 갈비를 먹으며 한나절을 즐겁게 보내곤 했다. 그때 생각이 나 부산까지는 못 가더라도 가까운 충남 아산온천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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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온천 노천탕.

 
친구들이 모였을 때 이야기를 했더니 대환영이었다. 날짜를 정하고 서울역 지하철 타는 곳에서 모이기로 했다. 제각각 몇 푼 용돈만 가지고 오면 충분한 공짜여행이어서 두끼 맛있게 먹을 식삿값 정도만 회비로 걷었다.
 
젊을 때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한껏 멋을 내고 흥분한 할매들이 모여 지하철을 타고 무료여행을 시작했다. 아산에 내려 온천까지는 택시를 탔다. 차 한 대에 3명, 4명씩 탔더니 차비는 한 사람당 1000원으로 온천장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온천장은 옛날과 달리 크고 깨끗한 건물에 현대식 시설이었다. 소녀들처럼 ‘하하’ ‘호호’ 시끌시끌 웃고 떠들면서 우리 할매들은 뜨끈하고 깨끗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노천온천도 즐겼다.
 
한참 땀을 뺀 우리는 배가 고파졌다. 온천장 근처 가장 맛있는 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어떤 집이 좋은지 몰라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이 동네 최고의 고깃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기사 양반은 우리를 태우고 언덕길을 한참 가다가 골목길을 들어가더니 여기가 유명하다며 고깃집 앞에 내려주었다. 서울에서는 귀한 진짜 맛있는 한우 등심으로 배를 채우니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아산에선 하루 소 한 마리만 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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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등심.

 
배가 부르니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식당에서 고기를 좀 사 가겠다고 하니까 아산에서 키운 소는 하루 한 마리밖에 도축을 못 한다면서 팔 고기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자랑할만한 고기라는 것이다. 나이든 할매들이 아무 도움도 없이 이렇게 귀한 고깃집까지 잘 찾아왔으니 "참 자랑스럽다"하면서 함께 웃었다.
 
하늘은 맑고 몸은 깨끗하고 배는 부르고 ‘나이가 드니 이렇게 행복하고 자유로운 시간이 있구나’하고 하루 해를 즐기고 돌아왔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이제는 나이 아흔이 넘으니 이런 즐거운 여행도 할 수 없는 노인이 되었고 그때 함께 즐겁게 여행했던 친구 중 한 명은 몇 년 전 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도 6명은 건강하여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집에서 만나고 있다. 지금도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소녀처럼 ‘호호’웃는다.
 
김길태 산부인과 의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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