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유튜브 코드  
김길태의 91세 왕언니의 레슨(1)

"90세에 새 삶을 찾아 나선 대한민국 1세대 여의사. 85세까지 직접 운전하며 병원을 출퇴근했다. 88세까지 진료하다 노인성 질환으로 활동이 힘들어지자 글쓰기에 도전, ‘90세의 꿈’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문인으로 등단했다. 근 100년 동안 한국의 역사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 웃음과 꿈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삶에 도전해 온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85세까지 본인이 노인인 줄 몰랐다니 나이는 진정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편집자> 
 
 
fcb9ddda-7dbf-4be3-9873-3f97a8ef1bc7.jpg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옆에 있는 레스토랑. 이 사진은 내 엉망인 손글씨를 타이핑 해 주는 우리반 반장에게 고맙다고 큰딸이 점심을 사준 날. 딸이 꽃을 보면서 소녀처럼 웃어보라고 하면서 '찰칵'. [사진 김길태]

 
활기찬 40, 50대도 아니다. 한글 철자법도 제대로 모른다. 90이 넘은 늙은이다. 그런데 이 나이에 문화센터에 등록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요, 좋은 문장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엔 그저 문화센터에 와서 젊은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매일 쌓여 작년엔 자식들 덕분에 책도 출판하고, 문인으로 등단했다. 얼마 전엔 잡지사에서 인터뷰해 가더니, 이젠 신문사에서 내 글을 연재하겠단다.
 
 
fa574b17-2739-46b2-bdd7-f7cc40fd949c.jpg

90세 생일잔치겸 출판기념회. 큰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네 딸 부부와 손자손녀들,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사진 김길태]

 
참 신기하고 의아했다. 아마도 90세를 넘긴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지나 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병원도 그만두고, 무릎이 아파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게 돼 아무 할 일 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거야.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글로 써보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인 것 같았다.


눈코 뜰 새 없었던 병원 일

나는 항상 바삐 움직여왔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태평한 성격, 항상 생활의 중심에 내가 있기를 원했기에 매일 매일 일에 매달려 바쁘게 돌아가는 삶을 살아왔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를 돌보며 딸 넷을 키웠다.
 
 
7009bd15-7cf4-4b95-85a7-8b68bd2ee128.jpg

남편이 국회의원이 되어 서울에 집을 얻어 이사 온 기념으로 찍은 사진. 이제는 이 딸들도 60이 되었다. 내 마음 속에는 언제나 어린 딸들이다. [사진 김길태]

 
집안 식구를 먹이고 돌보는 것이 모두 내 책임인 양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삶이, 즐거움이, 아픔이, 고통이 무엇이냐는 철학적인 삶에 대해 고민해 본 적도 없다. 그저 매일 매일을 당하면 당하는 대로 그때그때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아주 단조롭게 태평하게 살아온 것 같다.
 
활기 넘치는 30, 40대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50, 60대부터는 나의 삶을 찾는답시고 여유만 생기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지금의 젊은이처럼 취향에 맞춰 또는 사업이나 경제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분야의 지식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막연한 호기심과 내 삶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사의 맞춰진 프로그램에 따라 미지의 세계를 보러 가는 것이 전부였다.
 
70, 80대에 접어들면서는 해외여행은 힘들어져 국내 방방곡곡을 누볐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그 지역의 역사나 특성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과일이나 나물이 나오는가?' '어떤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좋을까?' 하는 등의 아주 단순한 목적으로 그냥 그렇게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었다.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것도 먹을 겸, 집을 떠나서 누리는 자유와 즐거움을 맛보면서 기차를 타곤 했다. 재미로 그렇게 여행을 즐기며 삶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늙어 그것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비행기나 기차를 타기도 쉽지 않고, 여행지에 가서 이곳저곳 돌아다보는 것도 힘들었다. 구경을 가려면 가까운 곳이라도 아이들 힘을 빌려야 해서 더더욱 어려웠다.
 
89세에 문화센터 글쓰기 강의 등록

ab8de5aa-8f69-4e4b-95bb-b66c8efbf209.jpg

일제시대 교육을 받은 나는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악필인데다가 경상도 사투리도 심해 내 노트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글로 쓰고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종이에 써보고 고치면서 옮겨적고, 또 다시 옮겨적고를 몇번씩 한다. [사진 김길태]

 
그렇다 보니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삶이 무료하고 서글퍼질 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보는 것과 글을 쓰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다! 문화센터 생각이 났고 89세에 용감하게 등록했다. 
 
내가 문인이 되거나 좋을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지금 이대로의 내 생각과 경험을 가식 없이 써보는 것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름대로 생각하며 용기를 가져본다.
 
김길태 산부인과 의사 [email protected]

엘에이 렌트카 / 얼바인 렌트카 / 풀르턴 렌트카 / 장단기 렌트카
무조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
합리적 가격
편리하고 간편한 예약
국제면허증으로 렌트가 가능

전화번호: 213 663 6861
카카오톡 아이디: kkk1234509
고고렌트카 웹사이트 방문하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55 아흔 넘어서도 사랑하고 싶다 file Nugurado 351
54 20년 풍찬노숙, 환갑넘어 군주된 진나라 문공 file Nugurado 477
53 '김 과장, 구두가 그게 뭔가?'라 말하진 않지만 file Nugurado 430
52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말 "할 만큼 했으니 갑니다" file Nugurado 453
» 90세에 문인의 삶 찾아 나선 할머니 의사 file Nugurado 361
50 밥 먹으면서 죽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file Nugurado 485
49 바늘없는 낚시 드리운 강태공이 72세 낚은 건? file Nugurado 477
48 아내만 손해 보는 한국 맞벌이 부부?! [동치미 67회] 니이모를찾아서 306
47 서로 발라주기 기다리다 끝내 못 먹은 생선구이 file Nugurado 413
46 실패한 영웅 아기장수와 실패한 영웅 아기장수와 민중 구한 홍길동 file Nugurado 419
45 겨울 남자의 패션 완성은 머플러 file Nugurado 524
44 내가 좋은 건 상대도 좋아할 거란 생각은 착각 file Nugurado 418
43 [더,오래] 건강해지고 싶으면 소주잔으로 물 마시라 file Nugurado 443
42 슬플 땐 슬퍼하고 화나면 화 내라 file Nugurado 428
41 겨울 패션의 종결자 패딩의 모든 것 file Nugurado 339
40 말 잘못해도 옷 잘 입으면 나도 '매력남' file Nugurado 352
39 아내가 편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아뿔싸' file Nugurado 326
38 정장, 하루 입으면 이틀 휴식시간 주어야 file Nugurado 479
37 대화 부족한 부부, 연말에 커플룩 입기 어때요? file Nugurado 326
36 오래 산 부부일수록 표현 소홀한 이유 file Nugurado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