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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영의 구비구비 옛이야기(12)

옛날 서당 선생인 김 씨에게 아들 삼 형제가 있었는데, 큰아들이 장가가고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저녁 개가 짖어대 집을 둘러보던 김 씨가 며느리 방 앞에 가니 며느리가 “아버님, 이리 좀 들어오십시오” 하고 불렀다. 며느리는 속옷만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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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서당 선생인 김 씨가 며느리 방 앞에 가니 며느리가 속옷 차림으로 "아버님, 이리 좀 들어오십시오" 하고 불렀다. 

  
김 씨는 “나는 사람이다” 하고는 돌아섰지만, 며느리가 다시 불렀다. 김 씨가 “나는 사람이다” 하며 말을 듣지 않자 며느리는 만일 안 들어오면 소리를 지르겠다고 했다. 김 씨가 여전히 “나는 사람이다” 하고 있으니 며느리는 “동네 사람 다 들어보시오” 하면서 시아버지가 며느리 방에 들어왔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며느리 거짓 소문내고 원님은 시아버지 불러 조사

동네 사람들은 김 씨가 그럴 양반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 음양 이치라는 것이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그 소문이 원님 귀에도 들어가, 원님은 김 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 씨가 입을 열지 않아 고문도 해보았으나 김 씨는 “나는 사람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김 씨의 둘째 아들이 관에 붙잡혀 있는 김 씨를 찾아와 돈을 얼마만 쓰면 풀려나올 수 있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김 씨는 아비를 어떻게 보고 그러냐고, 고약한 놈이라고, 죽으면 깨끗이 죽어야지 그럴 수가 있느냐고 추상같이 호령했다. 만약 돈을 쓰면 나가면서 자살하겠다고 하는 통에 둘째 아들은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관에서는 날을 정해주며 그날까지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죽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그날이 되었고 관에서는 거적과 작두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온 동네 사람들이 관에 몰려드는 가운데 어떤 사람이 느닷없이 애매한 일이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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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김 씨 집에 들어갔던 건 도둑이었다. 도둑은 김 씨 집 담장을 넘어들어가는 순간 개가 짖어 자기는 황급히 대청 밑에 숨었다가 김 씨와 며느리가 하는 말을 전부 들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그날 밤 김 씨 집에 들어갔던 도둑이었다. 도둑은 그날 김 씨 집 담장을 막 넘어들어가는 순간 개가 짖어댔다고 했다. 김 씨가 밖으로 나왔고, 자기는 황급히 대청 밑에 숨었다가 김 씨와 며느리가 하는 말을 전부 다 들었다면서 김 씨에게 내려진 판결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관에 몰려와 있던 김 씨의 제자들도 “그러면 그렇지. 우리 선생님은 그럴 분이 아닙니다” 하고 항명하니 김 씨는 누명을 벗고 풀려났다. 
  
황당한 유혹과 모함, 오해 앞에서 외친 저 한 마디 “나는 사람이다”엔 여러 함의가 있다.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므로 그럴 수 없다”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되는 행동이 있다” “나는 사람이다. 내가 사람인 것을 알아 달라”…. 


시아버지, “나는 사람이다” 말만 되풀이

저 이야기 속 시아버지는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려고 며느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겠답시고 이런저런 말을 얹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만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다. 
  
한편 생각해 본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유혹하고, 유혹이 먹히지 않으니까 상대를 모함하고, 그 모함에 온 동네 사람들이 넘어가 오해하고, 그게 또 오해라는 걸 밝히려고 도둑은 그 집에 들어갔음을 밝히기도 한다. 사람이니까. 
  
흉흉한 소식들도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온다. 길거리에서 여성을 위협하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공기도 타는 듯한 이 뜨거운 날 네 살짜리 아이가 차 안에 방치되고, 보상금을 타려고 만든 사육장엔 개들이 굶고 병들어 죽어 나가기도 한다. 어쩌면 자연의 질서에 충실한 동물보다 사람은 훨씬 제멋대로 자기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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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에서 여성을 위협하는 남성, 찌는듯한 날씨에 아이를 차 안에 방치하는 등의 흉흉한 소식들을 보면 근본적으로 '사람'을 상대한다는 생각이 부족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도, 너도, 사람이다’ 이 생각 하나만 붙들어도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일들이지 않을까.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한다 한들 서너 살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방치하는 일이 사라질까. 그저 사람을 돌본다는 생각 하나만 붙들고 있었다면 누가 이래라저래라 가르치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행했을 일이다. 정당하고 충분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요새 대두되는 많은 일들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상대한다는 생각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일이기도 하다. 
  
유혹하는 며느리 앞에서 ‘나는 사람이다’ 는 시아버지의 외침은 자신의 가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꾸짖음이기도 하다.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는다고 벌을 주려는 관 앞에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주기만을 바랐기에 ‘나는 사람이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럴 때 반드시 은밀한 유혹이 들어온다. 많은 경우 그 유혹에 넘어가고, 그게 정당화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거기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사람이니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

한편 이런 모함과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에는 누군가 눈 밝고 귀 밝은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도둑이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본 장면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목격자였다고 해서 모두 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부 된 며느리의 욕정과 시아버지의 학자로서의 준엄한 태도가 부딪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본질을 알았기에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은 사실 나도 사람이고, 상대도 사람이라는 그 생각 하나만 붙들고 있어도 벌어지지 않거나 해결될 수 있다. 여성, 아이, 노인, 성적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모두 그저 사람일 뿐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진실을 알아차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권도영 건국대학교 서사와문학치료연구소 초빙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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