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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영의 구비구비 옛이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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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에 실린 네팔의 '차우파디(chhaupadi)' 에 관한 기사. [사진 뉴욕타임즈 캡처]

  
올해 1월 뉴욕타임스에 네팔의 ‘차우파디(chhaupadi)’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네팔 서부의 힌두교도들에게는 생리 중인 여성을 집 밖 움막에 격리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이를 차우파디라고 한다. 고대 힌두교의 종교적 관습이 현대에도 여전히 이어지면서 네팔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외딴곳에 여성 홀로 격리되다 보니 강간이나 짐승의 위협 등에 노출돼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추위를 피하려고 불을 피우려다 질식사한 여성, 독사에게 물려 사망한 여성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네팔 정부는 이 관습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유예기간을 두어 올해 8월에나 시행할 모양이다. 
  
생리 중인 여성을 마을 공동체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불결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성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보호받아야 할 모성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배제돼 있다. 이들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 즉 미개해 관습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과정도 마쳤으니 충분한 교육은 받았다고 할 수 있고, 남편이 관습에 따르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하니 스스로 격리되길 원했던 것 같다. 그들의 종교적 믿음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함부로 말할 것은 못 되지만, 관습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하다면 살펴봐야 할 일이겠다. 
  
생리혈은 불결하다는 인식은 성서에도 나타난다. 여인이 월경을 하면 이레 동안 불결해, 월경하는 여인이나 그가 앉았던 자리에 접촉한 자는 저녁까지, 동침했을 경우 이레 동안 부정 탈 것이라고 했다. 불결한 것, 즉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난 것은 안정을 해칠 수 있으므로 공포 유발 존재가 된다. 
  
도깨비로 변해 술꾼 괴롭히는 생리혈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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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페스티벌에서 한 여성이 행사관계자가 설명하는 여성 월경에 대한 내용을 듣고 있다.

  
우리 속신(俗信)에도 생리혈 묻은 빗자루는 도깨비로 변해 술 취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밤새 씨름하며 괴롭히기도 한다. 여성이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때거나 할 때 바닥에 빗자루나 절굿공이를 깔고 앉기도 한다. 
  
그때 생리혈이 묻으면 그런 빗자루나 절굿공이는 도깨비가 되고, 이런 도깨비에게 홀려 밤새 괴롭힘을 당하면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까지 하니 공포의 대상이라 할 만하다. 
  
한편 생리혈 묻은 옷은 상사뱀을 쫓아내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옛날에 한 총각이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다. 한 중이 와서 그 옆에 눕더니 저 아래 마을의 한 부잣집에 꽃처럼 아름다운 처녀가 있더라고 하고는 잠이 들었다. 총각이 중이 말한 그 처녀는 아무래도 자기 누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든 중의 코에서 실뱀이 실실 기어 나오는 것이아닌가. 총각이 놀라서 얼른 집으로 뛰어가 누나에게 생리혈이 묻은 옷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으라고 했다. 과연 좀 있으니 덩치가 구렁이만큼 커진 뱀이 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누나의 방을 기웃거렸다. 
  
총각이 다시 산으로 뛰어 올라가 잠든 중을 보고 있자니 실뱀이 기어와 중의 콧구멍으로 스르르 들어갔다. 곧이어 “한숨 잘 잤다” 하면서 벌떡 일어난 중은 아까 본 처녀는 참 인물이 잘났는데 지금은 보니 빡빡 얽은 곰보가 벌건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처녀가 남동생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면 중에게 죽었을 것이다. 
  
욕망의 화신을 이겨낸 것은 생리혈 묻은 속옷이었다. 이 옷의 불결함은 힘이 세, 심지어 기우제에 쓰이기도 한다. 이걸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흔들어 하늘을 노하게 하는 방법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한 생리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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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혈을 불결하다고 여기며 여성을 억압하려고 하거나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사회라면 진정 미개한 사회이다. 

  
생리혈은 임신·출산과 관련되므로 종족 보존과 공동체의 번창을 위한다는 관점에서는 보호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대상일 수 있다. 그런데 ‘불결함’이라는 키워드로 공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가 되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내포한 생명력으로 인해 세상의 기득권을 쥔 남성에게는 위협의 대상이 되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논리로 여성을 억압하려고 하거나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사회라면 진정 미개한 사회이다. 
  
어느 한적한 시골 부락이나 원시적인 관습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하는 여성이 충분히 능력을 갖춘 인력으로서 사회의 유지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으면서도 생리 휴가도 여전히 마음 놓고 못 쓴다면 그 역시 미개한 사회이지 않겠는가. 
  
권도영 건국대학교 서사와문학치료연구소 초빙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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