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함에 따라 내달로 전망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이 난관에 봉착했다.
25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내달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위해 북한과 물밑 작업을 진행하면서 내주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주목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 부족과 함께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방북 취소의 이유로 지적하며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 개입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강력한 경고음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북미 협상에 중국이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면서 "이번에 미중 무역갈등 문제까지 꺼낸 것은 사실상 중국에 최후의 통첩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지난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을 계기로 진행된 비핵화 협상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두고도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방중 후 북한이 돌연 미국에 강경 태도로 돌변했을 때에도 시진핑 주석의 배후론을 공개 석상에서 꺼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베이징에서 또 만나 미국의 의혹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데다 미 중간 무역갈등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달라 보인다.
미국이 지난 23일(현지시간)까지 총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같은 규모로 보복하면서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추가로 중국산 제품 2천억달러 어치에 대한 관세부과도 준비하고 있어 전반적인 전세는 중국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내달 북한을 방문해 북중 간 우의를 과시함으로써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던 시진핑 주석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놓고 경고한 상황에서 대규모 열병식까지 열리는 북한의 정권수립일 방문은 미중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고 지도부 내부에서도 비난이 나오고 있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방북보다는 정치국 상무위원급을 보내 북한을 달래는 동시에 미국과 무역갈등 수습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따른 답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달 평양을 찾음으로써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중 무역전쟁에서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올해만 세 차례 중국에 왔기에 시 주석의 연내 답방은 당연한 것으로 9월을 적절한 시기로 보고 북중 양국이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경고는 중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