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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인간 병동에서 마라토너로, 신호경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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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제15회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사진 신호경]
  
30대의 나는 ‘걸어 다니는 인간 병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서른이라는 어린 나이에 잦은 수술을 했다. 대장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영업직을 하다 보니 불규칙한 식사에 허겁지겁 먹기 일쑤였다. 항상 인스턴트식품을 달고 살았고, 식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었다. 십분이면 모든 식사가 끝났다.  
  
나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대장용종 수술을 했고, 고혈압이라는 병까지 얻었다. 지금도 운동을 하지 않고, 무조건 약에만 의존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럽다. 25년째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지금은 관리를 통해서 약을 줄이고 있다. 
  
대장용종수술 외에도 여성질환쪽이 심각했다. 결국은 오른쪽 난소와 나팔관까지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병원에 입원할 당시만 하느님께 매달리면서 기도하고, 퇴원해서는 식품으로만 의존했다.  
  
무엇보다도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어서 바로 잠자리에 눕기가 일쑤였다.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고, 신체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는 사이에 병은 커지고, 세상을 원망하면서 삶의 질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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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왼쪽 가슴에 원인모를 농양을 제거한 뒤 살이 찌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신호경]
  
결국은 큰 사건이 화산폭발처럼 이뤄졌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지만 왼쪽 가슴에 원인 모를 농양이 생겼다. 부랴부랴 수술했지만 완치판정도 받기 전에 재발해서 일 년 동안 2번의 수술을 했다. 그러면서 나의 몸과 마음은 ‘영혼 없는 시체'와 다를 바 없었다.  
  
‘운동은 나와 맞지 않아’라는 생각으로 그냥 살아오다가 기말고사 종강 후 우연히 백운산 산행을 하면서 인생역전을 맞이했다. 걸어 다니기도 힘든 산을 사람들이 뛰어서 오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 물어보니 ‘마라톤 동호회’라는 것이었다. 
  
그때 ‘마라톤을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입을 했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운동신경도 부족하고, 팔자걸음걸이에 모든 환경이 최악이지만 나의 목표는 출석이었다. 화, 목, 일요일 훈련하는 스케줄로 나의 일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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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제17회 보령임해마라톤대회에서 55분26초를 기록했다(10km 구간). 기록달성기념으로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 신호경]
  
마라톤의 장점은 다른 운동과는 달리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운동화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아스팔트, 운동장, 흙길 등 어느 길에서든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루에 30분 이상은 꼭 달렸다. 내 인생의 첫 10㎞ 기록은 1시간 11분 08초였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변화는 자연스럽게 마라톤대회를 통해서 전국을 자연스럽게 여행할 수 있었고, 난 글을 다시 긁적이게 됐다. 마라톤대회를 마치고 후기를 작성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또 다른 행복이고 힐링이었다. 
  
메이저대회 풀코스 42.195㎞에 꼭 도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첫 시작은 2017년에 달성한 4시간 33분 33초의 기록이다. 마라톤을 계기로 나의 몸과 마음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힘들어도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몸무게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세상을 원망하는 병균들이 박멸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느끼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는 점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는 삶의 여유와 인생관을 갖게 된 것이 축복이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새로운 꿈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나의 마지막 종착역으로 바라는 모습이다. 마라톤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꼭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맞는 취미활동을 찾아 나름대로의 인생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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