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사랑에 빠져, 웨딩플래너 접고 쇼콜라티에로

Nugurado 2018.07.17 23:26 조회 수 : 403

웨딩플래너에서 쇼콜라티에로, 황연숙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초등학교출장 초콜릿 수업 중 초콜릿 짤주머니를 받으려는 어린이가 차례를 기다리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 황연숙]

20대 시절 나의 친구들의 직업은 호텔리어, 패션MD(상품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 전문직이 많았다. 패션MD인 친구는 우리들의 코디를 책임졌고,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친구는 결혼할 때 청첩장을 디자인해주겠다고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제2의 인생이라고 하는 결혼을 도와주는 직업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나의 웨딩플래너 인생이 시작됐다.

웨딩플래너는 바쁜 신랑·신부를 대신해서 결혼과 관련된 모든 일을 도와주는 직업이다.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내가 이 분야에 능력이 있나 의심이 들 정도로 시작은 좋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을 잘 못 했고, 영업능력도 뛰어나지 않아 초반에 남모르게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느새 나만의 고객층이 생겼고, 소개를 해주는 고객도 많아졌다. 신랑·신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며 어느새 전문가가 되었다.

이렇게 나에게 잘 맞는 직업에서 쇼콜라티에가 된 이유는 뭘까? 웨딩플래너 일을 하면서 나만의 고객층이 생기고 바빠졌고 어느덧 20대 후반에 들어서자 다른 사람의 결혼이 아닌 내 결혼을 하고 싶어졌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는 프리웨딩플래너를 선언했다. 프리웨딩플래너는 회사와 연계된 업체들을 다 이용하면서 회사에서 주는 고객 데이터를 받지 않고 내가 고객을 찾아 일할 수 있다.

2009년 본웨딩(현 대명본웨딩) 자체 웨딩박람회에서 신랑·신부를 대상으로 웨딩상담을 하는 모습. [사진 황연숙]

나만의 시간을 늘리고는 남는 시간에 취미로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자를 만나야 할 시간에 초콜릿과 사랑에 빠지며 일이 커져 버렸다. 카카오 농장에 가서 카카오를 심는 과정에서부터 수확, 발효시키는 과정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쇼콜라티에들에게 초콜릿 노하우를 전수 받기도 했다.

나는 그 시간을 즐기게 됐고 초콜릿 만드는데 빠져들었다. 초콜릿 체험장을 만들어 교육체험사업을 시작하면서 일이 많아졌다. 맛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지고 지역 간 교육산업도 같이 하면서 일이 많아져 웨딩플래너 일을 그만두게 됐다.

초·중·고 혁신학교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맺으며 멘토링과 초콜릿 체험 수업을 하기도 하고 지역센터와 협력을 맺으며 교육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로 청소년의 안전문제에 관심이 쏠리면서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를 만들었다. 체험장에 직업교육 체험을 오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나 역시 안전 등을 위해 청소년운영담당자교육,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청소년수련활동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여주시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진행한 가족과 함께하는 초콜릿 체험 수업 중 초콜릿 자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황연숙]

체험장은 가족체험, 단체교육, 취미반, 전문가 교육 등 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단체로 진로체험을 하러 많이 온다. 그 친구들에게 원하는 삶이 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인생을 환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대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30대에는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내가 취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의 삶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내가 원하는 삶 그리고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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