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관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진 뒤 미 전역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한인 노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을 당한 노인의 손녀는 폭행범은 '중국인 바이러스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현지시간) 피해자의 손녀(트위터 계정 @Sp00kyMeadow)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버스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노인은 뺨과 코에 큰 상처를 입고 부어오른 상태였다. 노인은 재미교포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멀지 않은 리알토 지역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관련 뉴스매체 넥스트샤크에 따르면 피해자인 한인 할아버지는 리알토 경찰에 용의자에 대해 '검은색 후드 티에 흰색 바지를 입은 흑인 남성'이라고 진술했다.
손녀는 "그들은 차이나 바이러스를 원치 않았다면서 내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버스에서 구타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바이러스라고 말한 이후 모두 아시아인을 쫓아내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한국인이 폭행당했다는 소식은 현지 매체는 물론,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LA 총영사관은 오늘(1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경찰에 확인한 결과, 60대 한인 남성이 증오 범죄를 당했는지와 사건의 구체적인 발단이 무엇인지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으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LA 총영사관은 영사관도 지속해서 증오 범죄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인들에게 경각심을 갖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흑인에 의한 한인 폭행 소식이 동양인과 흑인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일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흑인은 다른 인종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손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또 다른 트윗을 통해 "내가 인종 전쟁을 촉발했다며 현재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내가 한인과 흑인 사이에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하려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내가 어제 올린 글은 인종차별이 곳곳에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제발 서로 혐오하는 일을 멈추자"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