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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인 '봄빛과 열매', 이영실 부부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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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조현순 작가의 출판기념회에서 정호승 시인의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했다. [사진 이영실]
  
‘봄빛과 열매’는 부부 시낭송인으로 인생 후반기를 사는 우리의 팀 이름이다. 축시 낭송과 치유 낭송 그리고 각종 시민음악회에서 시낭송을 재능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시가 끌리는 무등산’이라는 음악회에서의 일이다. 그날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와 ‘참 좋은 당신’을 낭송했다. 옆지기와 내가 한 연씩 주고받는 낭송을 들은 관객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러자 사회자가 잠깐 인터뷰하자고 마이크를 들이댔다. 예정에 없던 인터뷰라 나는 얼른 마이크를 옆지기에게 넘겼다. 사회자가 물었다. 
  
“이렇게 부부가 다정하게 낭송하며 사는 비결이 뭔가요?”  
그러자 옆지기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꾸욱 참고 살면 됩니다.” 
  
객석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사람들은 시 낭송을 같이하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기 쉽다거나 이젠 눈빛만 봐도 알게 된다는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참고 살면 된다니, 그것도 꾸욱. 하지만 그게 정답인 것을 어쩌랴. 문정희 시인은 ‘남편’이라는 시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라고 했고, 이생진 시인은 ‘아내와 나 사이’라는 시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이라고 표현했다.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부부가 꼭 사랑해서가 아니라 같이 살아온 세월에 쌓인 정 때문에 산다고 한다. 서로가 덤덤하게 대화하고 적당히 무관심하게 지내면서. 우리 부부도 다르지 않았다. 사소한 일로 다투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어느날은 목욕탕 신발 문제로 말다툼이 시작됐다. 빨랫감을 들고나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신발을 홱 벗어놓고 나왔다. 
  
“저 봐라~ 신발 또 저렇게 벗어놨네.” 신발을 바르게 벗어놓지 않았다는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 잔소리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상하게 그날은 화가나 즉시 반기를 들었다. “들어갈 때 돌아서 신으나, 나올 때 돌아서 벗으나 같은 거 아니여. 근데 왜 그깟 걸 갖고 잔소리를 하는거여.” 
  
몇 번 옥신각신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SNS에서 설문 조사하기로 했다.  
‘1. 들어갈 때 신기 쉽게 바르게 벗고 나온다. 2. 아무렇게나 편하게 벗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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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 달 동안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이영실]
  
그런데 이 사소한 조사에 이틀간 50여 명의 댓글이 달렸다. 1번을 선택한 글로는 ‘어르신들은 신발 신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앞뒤 구분 없는 신발을 산다’ ‘차라리 맨발로 다닌다’ ‘곰팡이의 온상이므로 세워 놓는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2번을 선택한 글로는 ‘신발 벗는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떤 경우엔 신발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예 두 신발의 거리가 1미터는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1번과 2번은 약 3:7의 비율로 2번이 많았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여주며 나는 옆지기에게 말했다. "봤죠? 이제부턴 편하게 신발 벗고 나올 테니 더는 강요하지 마세요." 
그러나 기분 좋게 댓글을 읽어가던 나는 마지막 댓글에서 들이쉰 숨을 한참 만에 내쉬었다. 
  
"저는 모든 게 질서정연해야 만족하는 성격이었어요. 침대 커버도 신발도 모두다. 그랬는데 제가 심한 병마와 힘겨루기를 하게 되고 보니 신발이나 침대 커버 정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그저 혼자 남을 옆지기가 불쌍하고 처량해 보이고 한 날에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 없이 홀아비가 얼마나 기죽고 초라할지. 조그만 것 가지고 다투지 마세요. 아무려면 어때요. 사랑만 하기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사랑만 하기도 부족한 시간’ 그 짧은 한 줄은 의기양양하던 나를 한꺼번에 무너지게 했다. 
  
결혼 40년 차인 우리 부부가 시낭송을 함께 한 지도 어느새 7년이 흘렀다. 시낭송을 함께 하며 호흡을 맞추다 보니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전에는 혼자 다니는 여행이 편했지만 지금은 함께 다니는 게 더 익숙하다. 어디를 가든 손잡고 다니는 일도 자연스럽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상대방의 낭송에 불만을 표시하고 때로는 발음이나 호흡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토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잖은 연습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견은 서로 좁혀지고 무대에 설 때는 호흡이 잘 맞는다. 
  
옆지기는 꾹 참고 산다고 말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한쪽 눈을 살짝 감아준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앞으로도 ‘봄빛과 열매’라는 팀 이름을 가진 부부 시낭송인으로 살면서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재능 기부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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