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내심 고갈?…'Mr. 바른소리' 파우치 거취논란 수면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간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의 거취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우치 소장이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발병 완화 조치를 더 일찍 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몇 시간 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를 잘라라"(FireFauci)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을 리트윗하면서다.

미 언론들은 13일 파우치 소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폭발, 인내심이 고갈된 것 아니냐면서 향후 파우치 소장의 TF 내 거취에 실제 변화가 생길지에 촉각을 세웠다.

파우치 소장의 CNN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 지난 1월부터 보건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위험성을 직접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오는 등 행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파우치 소장이 늑장 대처 책임론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되자 화가 극에 달한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를 통해 잔뜩 분풀이를 한 모양새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파우치 소장의 언급이 코로나19 초기대응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보도했다.

과학자이자 의사인 79세의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TF의 핵심 멤버로, 때때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감수하고 소신발언을 하며 코로나19 정국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Mr. 전염병 대통령', 'Mr. 바른 소리' 등의 별명도 얻었다.

이 때문에 예스맨을 좋아하고 '쓴소리' 하는 참모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소장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CNN 기자가 파우치 소장에게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의견을 묻자 "파우치 소장이 그 질문에 15번은 대답했다"며 답변을 가로막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 입증 없이 예찬해온 이 약의 효능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을 그어온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행정부 내 비판자들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 트윗을 리트윗하는 방식 등으로 분노를 우회적으로 표출해왔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견해를 반영한 것 아니냐고 해석할 경우 '가짜뉴스'라고 반격하는 쪽으로 퇴로를 삼아왔다는 것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행정부 소식통들을 인용,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트윗을 올리기 전까지는 파우치 소장을 해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위기는 없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파우치 소장에 대한 '제거'를 추구해온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 '허가증'을 발급해준 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이 실제 해임 수순으로 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치고 빠지기식'의 경고 차원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WP는 그러나 파우치 소장을 쫓아내려는 어떠한 시도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대한 신뢰도를 추가로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