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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걸 측에서 제보자에게 팩스로 보낸 수표 사본이 국정원에 넘어갔다

⊙ 비자금 관련 1억 달러 수표는 가장 확실한 物證이고, 전례 없는 액수

⊙ “자금 탈바꿈이 여러 번 되어 추적 불가능”(내용증명)

⊙ 1억 달러를 중국 사업에 투자하여 수익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구조

⊙ 검찰과 법원, 비자금 실체 확인 없이 추적한 국정원 간부들을 감옥에 보냈다

⊙ 최종흡 전 차장 최후진술 “국정원은 利敵행위에 대응한 것… 손바닥으로 진실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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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삼남 김홍걸씨.

 

 

《월간조선》은 지난 3월호에서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 의혹의 결정적 물증이 될 만한 ‘US Bank 발행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존재를 확인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홍걸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비자금 계좌에서 발행되었다’(내부 제보자의 주장)는 이 수표 사본(寫本)은 국정원에 입수되어 조사의 단서가 되었던 것이다.

 

  이번 호는 국정원이 입수한 수표 사본을 확보, 이를 사진으로 공개한다. 이 사본이 가짜가 아니라면 김대중 비자금은 미국에 실재(實在)하는 것이 된다.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였던 국정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1억 달러 수표는 김대중 비자금 계좌에서 나온 것이 맞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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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확인하고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

 

 

 

 

 

대통령의 비자금은 가장 취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권력으로 꽁꽁 묻어놓기 때문이다. 거의가 간접 증언이거나 주장에 그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외가 있다면 1995년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노태우 비자금 계좌일 것이다.

 

 

 김대중 비자금 추적자를 감옥으로 보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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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문제의 1억 달러 수표를 기억한다고 증언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그런 점에서 2010년 국정원(당시 원세훈 원장)이 입수하였던 1억 달러 수표는 김대중 비자금의 실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증거물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3월호에서 《월간조선》은 이 수표의 존재를 밝히고 비자금 실소유자로 지목된 김홍걸씨와 관리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된 전성식씨에게 반론을 요청했다. 두 사람의 반론에서 특이한 것은 1억 달러 수표가 가짜라는 식의 구체적 반박이 없었다는 점이다.

 

  1억 달러 수표가 가짜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게 진짜라면 제보자 테리 스즈키 씨가 주장하였듯이 김대중 비자금이 미국 서부에 6억5000만 달러, 동부에 7억 달러가 있을 개연성도 높아진다. 1억 달러는 무시하기엔 너무 큰 액수이다. 조성과 은닉에 따른 탈세나 뇌물 등 위법 문제가 있다. 더구나 이 돈이 중국을 경유, 평양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면 국가반역의 혐의까지 더해진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손에 넣었으니 국정원이 이 비자금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 것은 당연한 직무이고 북한 유입의 위험성을 알고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로 형사처벌 받아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검찰과 법원은 비자금의 실체 확인 노력은 하지 않고 조사하였던 국정원의 ‘베테랑 요원’들을 구속, 실형을 살리고 있다. 재판부는 비자금의 실체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예산집행의 위법 여부만 따지겠다는 태도였다. 그런 방향의 수사와 재판이므로 1억 달러 수표 사본은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되지도 않았다. 먼저 국정원이 1억 달러 수표를 확인해간 과정을 살펴본다.

 

 

 

 

  결정적 提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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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은 “DJ 비자금 첩보는 신뢰도가 가장 높았고, 신뢰성의 확인을 위하여 시애틀 정보관에게 물증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2018년 6월 15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1억 달러 수표를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김승연 국장은 증인에게 데이비슨 사업을 설명하면서 스즈키가 제공했던 1억 달러짜리 수표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데…”라고 물은 데 대하여 “다른 기억은 없고, 1억 불 수표는 기억난다”고 했던 것이다.

2009년 봄 국정원은 북한 내 정보 소스를 통하여 김대중 비자금 5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가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국정원은 ‘5억 달러’라는 수치에 주목했다. 이 정도의 액수라면 국내 비자금만으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해 여름, 국정원은 시애틀 주재(駐在) 정보관에게 9월에 있을 평양과기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인 한국계 미국인 테리 스즈키를 만나보라고 지시한다. 방북자를 만나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는 통상적인 업무였다. 이렇게 하여 정보관과 스즈키 씨는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2010년 상반기 스즈키 씨는 정보관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김대중 비자금 관련이었다. 정보는 본부로 보고되었다. 그 정보의 핵심은 스즈키 씨가 보여주기만 했던 1억 달러 수표 사본이었다.

 

  2018년 11월 23일 박윤준 전 국세청 국장 사건(국정원의 김대중 비자금 의혹 수사에 협조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최종흡 당시 차장은 이렇게 증언하였다.

 

  “2010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경으로 기억난다. 원세훈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미국에 비자금이 있다고 한다. 북한에 들어간다 하니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라’면서 이현동 국세청 차장을 만나보라고 했다. 이현동 차장은 박윤준 국장을 소개해주었다.”

 

  이날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 최종흡 증인은 김대중 비자금 수사는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어서 국정원의 직무 범위라고 주장했다.

 

  “DJ 비자금이 있다는 것은 이미 2009년 베이징서 들어온 첩보에다가 2010년 5월 시애틀 정보관이 배신당한 사람으로부터 폭로성 제보를 받아 보고한 것 같다. 원장이 보니 일부가 북한에, 평양에 들어간다, 그럼 내가 원장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내가 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이 첩보는 신뢰도가 가장 높았고 신뢰성의 확인을 위하여 시애틀 정보관에게 물증을 확보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도○○ 시애틀 주재 국정원 정보관은 스즈키 씨가 보여주는 1억 달러 수표 사본 내용을 적어 본부에 보고하였는데, 사본을 입수한 것은 국정원 본부였다. 2018년 6월 4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 공판에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조사한 김석규 전 국정원 방첩국장이 증인으로 출석, 이렇게 증언하였다.

 

  “해외정보관(도○○ 정보관인 듯-기자 주)의 전문(電文)으로 ‘테리 스즈키가 입국하려고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차장이 저를 불러 가보니 ‘테리 스즈키가 한국에 가게 될 경우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 만나서 안정시켜주고 하라’고 했다. 차장의 지시를 받고 테리 스즈키를 만나 인터콘티넨탈 호텔 일식집에서 밥을 먹이기도 하고 ‘혹시 위험하면 나한테 연락하라. 급하면 관할 파출소에 연락해서 신변보호 요청을 하겠다’고 하면서 제 휴대폰 번호를 (스즈키에게) 준 적이 있다.”

 

  이는 2010년 12월의 일인데, 이때 스즈키 씨는 1억 달러 수표 사본 및 김홍걸과 전성식씨에게 보낸 내용증명 등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13억50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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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시애틀 駐在 국정원 정보관은 스즈키가 보여주는 1억 달러 수표 사본 내용을 적어 본부에 보고했지만, 정작 수표 사본을 입수한 것은 국정원 본부(사진)였다.

 

 

 

 

 

  이 사건의 출발은 도 정보관이 올린 보고서이다. 그 요지도 법정에서 공개되었다. 김대중 비자금 의혹은 문재인 정권이 이 의혹 조사를 수사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묻혔을 것이고 1억 달러 수표도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2012년 하반기 이후 국정원은 비자금 조사를 중단한 상태였던 것이다. 2018년 12월 12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 때 증인으로 나온 이유환 국정원 처장에게 변호인이 물었다.

 

  “2010년 상반기에 증인이 최종흡 차장에게, 시애틀 영사관에 파견된 도○○ 정보관이 한국계 미국인 테리 스즈키한테 들은 전문 3장을 정리, 보고한 적 있죠. 미국 내 비자금이 서부에 6억5000만, 동부에 7억, 서부는 한스 루이가 관리한다. 서부 비자금은 전성식, 한스 루이, 이○○ 등이 함께 승인해야 출금(出金)이 가능하다. 그중 1억 달러가 미국 페이퍼컴퍼니, 즉 김대중 삼남(三男) 김홍걸이 운영하는 회사 및 중국에 있는 3개 회사를 순차로 거쳐 북한 평양과기대에 송금되려 한다는 거였죠? 첩보내용에는 평양과기대 전성식씨가 이희호 여사에게 과기대에 기부할 걸 건의하였다, 재미교포 김진경 목사가 평양과기대 총장인데, 이분도 관련되어 있다, 그런 내용도 있었나요?”

 

  이유환 처장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전성식씨가 미국 내 비자금 총괄자였나요?”

 

  이 처장은 “첩보에 따르면 그렇다”고 답했다.

 

  박윤준 변호인은 이렇게도 물었다.

 

  “최종흡은 테리 스즈키 사건은 김홍걸, 전성식과 관련된 것이고 (국세청이 활용한) 해외정보원은 김홍업과 관련된 것이어서 다르긴 하지만 첩보가 동부, 서부에 합계 13억 달러의 DJ 비자금이 존재하고 그중 일부가 북한으로 유입되려 한다는 내용이므로 진위(眞僞) 확인을 위해서는 비자금이 조성되어 있는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위하여 국세청에 협조 요청하기로 했었다, 이게 최종흡의 증언입니다. 이 법정에서도 대북 관련성이 있었다고 증언했어요.”

 

  이유환 처장은 “거기에 대해선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FBI와 공동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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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의 법률 대리인이 작성한 내용증명엔 선양 WTC 사업이 성사되면 그 수익금이 평양과기대(사진)에 기부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스즈키는 이 내용을 도○○ 정보관에게도 제보했다고 한다.

 

 

 

 

 

2018년 7월 9일 시애틀 주재 전(前) 국정원 정보관 도씨는 최종흡 피고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였다. 그의 증언 요지는 이렇다.

 

  〈■ 2009년 여름 국정원 본부 지시로 스즈키와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2010년 4, 5월부터 자주 만났다.

 

  ■ 상부의 승인을 받아 FBI 요원과 합동공작(Joint Operation)을 했다. FBI 요원을 만났다.

 

  ■ 첩보 제공자 테리 스즈키는 한국인인데, 김홍걸의 1억 달러 투자 관련 사업에 참여하였다가 이게 중단되어 손해를 본 사람으로서 김대중 비자금의 관리 상태를 잘 알고, 김홍걸 관련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국정원에 제공했다.

 

  ■ 1억 달러 사업은 김진경이 중도에 포기하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스즈키는 몇백만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면서 배신감을 느껴 폭로를 결심하였다.

 

  ■ 스즈키는 김홍걸과 김진경이 추진한 사업에 관여하여 비자금 관리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 4명이 공동서명자로 비자금을 관리한다고 했다. 이○○, 한스 루이, 전성식, 이○○ 등. 중국에 있는 회사를 통하여 평양과기대로 들어가는 투자진행 상황을 들었다. (김홍걸이 보여주었고 전성식이 팩스로 보내준) 1억 달러의 수표 사본도 보았다. 그런데 김진경이 잘못되면 김대중 비자금 관련 국회청문회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업을 포기하여 스즈키는 손해를 보았다. 최종흡 차장은 국가에 충성하는 분이고 수시로 김정일의 목을 따야 한다고 말하는, 대북(對北)공작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인물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사람이다.〉

 

 

  LHL은 ‘비자금 매개용’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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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달러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LHL investment, LLC. LHL의 현재 상태(status)는 ‘비활성’(inactive)으로 폐쇄된 회사다. LHL은 ‘비자금 매개용’ 회사로 보인다.

 

 

 

 

 

  사업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테리 스즈키 씨가 변호사를 통하여 2010년 10월에 김홍걸과 전성식씨 앞으로 보낸 내용증명도 국정원에 입수되었다.

여기에 1억 달러 수표가 등장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표 사본 자체만큼 중요한 것은 수표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다. 내용증명엔 스즈키 씨가 김홍걸, 전성식, 김진경 등이 추진하는 선양(瀋陽) 프로젝트(월드트레이드센터 라이선스를 취득해 건물을 지은 뒤 운영을 맡고, 그 수익금은 평양과기대로 보낸다는 구조)에 동참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다가 결정적 주장이 나온다. 맞춤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그대로 싣는다.

 

  〈스즈키 씨가 일년 반 이상 중국 사업에만 노력한 결과, 중국 선양 삼호가 전자상가 프로젝트를 중국 선양 Chengda Group과 성공리에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스즈키 씨가 성공리에 성사시킨 삼호가 1기와 2기 프로젝트는 삼일회계법인이 중국 현지에서 수개월간 기업 프로젝트 실사 평가한 결과, 삼호가 프로젝트는 매우 이상적인 투자적격 사업 프로젝트로 평가되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의 공신력 있는 투자 실사 발표자료와 투자 적격 평가와 추천서에 의해 전성식 박사는 김 전 대통령 자금 관리 책임자인 Mr. Hans Lui로부터 미국 오리건주에 등록한 LHL 투자회사에 미화 1억 불을 투자하도록 요청했으며, 전 박사의 요청에 의해 자금책임자인 Mr. Lui 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 중 미화 1억 불을 LHL 투자회사에 입금하였습니다.〉

 

  김대중 자금 관리자로 전성식, 한스 루이 두 명이 거명(擧名)된다. 《월간조선》이, 김홍걸씨가 실소유주로 보이는 문제의 LHL 투자회사에 대하여 알아보니 미국 오리건주에 설립 등록된 날짜는 2009년 12월 23일이었다. 이 회사는 스즈키 씨에 따르면 김대중 비자금을 빼내 갖고 있다가 한국에서 특수목적법인(SPC·Special Purpose Companies) 형태의 회사가 설립되면 거기에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스즈키 씨의 내용증명을 더 읽어보자.

 

  〈2009년 12월 23일, 스즈키 씨와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는 동시에 LHL 투자회사의 투자를 담당하는 Brindle, McCaslin & Lee, 미합중국 오리건주 법무법인의 이병민 변호사로부터 LHL 투자회사의 1억 불 입금을 밝히며, 투자에 필요한 자료와 Due Diligence(實査-기자 주) 후 한국의 SPC 회사에 1억 불을 투자할 계획임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이병민 변호사께서 보낸 공문은 자금 관리 책임자인 Mr. Hans Lui, 송병욱 회장, 이중경씨와 김홍걸 박사께도 전달이 되었으며, 그 후 이병민 변호사의 다른 공문 또한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참여하는 개인들에게 보내졌습니다.〉

 

 

  김홍걸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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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이 입수한 김홍걸씨 명함. 한 면은 ‘WTC NAFEC HOLDING INC. 상임고문/박사 김홍걸’, 다른 면은 ‘KORCHA C&I 韓中투자자문유한공사. 상임고문/박사 김홍걸’이라고 적혀 있다. 김씨가 선양 WTC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이번에 《월간조선》은 상기(上記) 법무법인이 12월 21일 자로 삼일회계법인 및 G&J 대표 스즈키, 그리고 김홍걸 등 관계자들에게 보낸 문서를 입수하였다. 문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만족할 만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난 후, LHL은 총 5억7500만 위안(최근 환율로 약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고 했다. 문서 끝에는 이런 표기가 있다.

 

  〈cc: Mr. Hans Lui

  Mr. Byung Song

  Mr. Joong K. Lee

  Mr. Hong Kim 〉

 

  ‘cc(carbon copy)’는 ‘참조’라는 뜻으로 이 문서를 Mr. Hong Kim(김홍걸) 등 4명에게도 보냈다는 뜻이다. 스즈키 씨가 김대중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한 한스 루이 이름도 보인다. 이 수표가 발행된 US Bank에 있는 계좌의 실소유자가 김홍걸임을 시사하는 기재(記載)사항이라 할 것이다.

 

  《월간조선》은, 테리 스즈키 씨가 받아둔 김홍걸씨 명함도 입수하였다. 한 면은 ‘WTC NAFEC HOLDING INC. 상임고문/박사 김홍걸’, 다른 면은 ‘KORCHA C&I 韓中투자자문유한공사. 상임고문/박사 김홍걸’이다. ‘WTC NAFEC HOLDING INC.’에 나오는 ‘NAFEC’는 ‘Northeast Asia Foundation for Education and Culture’, 즉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의 약자(略字)이다. 김진경씨가 세운 평양과기대를 운영하는 재단이다. 김홍걸씨가 이 재단의 상임고문으로서 비자금 관리자로 보이는 한스 루이 및 테리 스즈키와 함께 중국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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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스로 보내준 1억 달러 수표 사본

 

 

결정적 단서인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 가장자리에 ‘09 12 30 03:13p KIST 9696370’이라고 찍혀 있다(오른쪽 박스 부분). 보낸 일시와 장소 및 팩스번호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시간과 팩스번호를 조사해 보낸 곳이 김홍걸씨와 관련 있는 사무실임을 확인했다.

 

 

 

내용증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2009년 12월 24일, 오후 5시경, 전 박사(전성식-기자 주), 김홍걸 박사, 이중경,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와 스즈키 씨가 서울 강남 르네상스 호텔 28층에서 LHL 투자회사에 예치된 1억 불 투자에 관하여 면담을 하였으며, 그 자리에서 김홍걸 박사는 김영현 전무와 스즈키 씨에게 미국 U.S. Bank에서 2009년 12월 21일 자로 LHL 투자회사로 발행한 현금수표 1억 불의 사본을 제시하며 앞으로 다가올 투자 후의 사업계획을 진지하게 논의하였습니다. 전 박사는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며칠 후 스즈키 씨에게 김홍걸 박사께서 제시하였던 1억 불 현금수표 사본을 2009년 12월 30일 홍릉 동북아 KIST 사무실에서 김영남 처장님을 통하여 FAX로 스즈키 씨께 보내주셨습니다.〉

 

  국정원은 이 수표 사본을 스즈키 씨로부터 입수하였고, 《월간조선》도 갖게 되었다. 수표를 팩스로 보냈기에 가장자리에 〈09 12 30 03:13p KIST 9696370〉이라 찍혔다. 보낸 일시와 장소 및 팩스번호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시간과 팩스번호를 조사하여 보낸 곳이 김홍걸씨와 관련 있는 사무실임을 확인하였다. 팩스 번호와 전송일시는 이 수표의 신뢰도를 굳힌다. 국정원은, 김홍걸씨가 동업자들에게 수표를 보여준 것은 투자자금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풀이하였다.

 

 

  수표 기재사항

 

  국정원이 입수한 US Bank 발행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군데를 검게 칠하였는데 여기에 중요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DATE DEC. 21, 2009(2009년 12월 21일)

  Official Check Remitter(공식 수표 송부인): 이름은 검게 가려짐

  PAY TO THE ORDER OF(수취인): LHL INVESTMENT, LLC.(LHL 투자회사)

 

  US BANK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 (1억 달러 0센트)

 

  NOTICE TO CUSTOMERS(고객들을 위한 안내문)

  As a condition to this institution’s issuance of this check, purchaser agrees to provide an appropriate indemnity or affidavit prior to the refund or replacement of this check in the event it is lost, misplaced, or stolen. In most states, a waiting period of 90 days applies.(이 기관이 이 수표를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발행인은 이 수표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곳으로 보내졌을 시, 혹은 도난됐을 경우 이 수표를 환불하거나 대체하기에 앞서 적절한 보상이나 내용증명을 제공할 것에 동의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90일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된다.)

 

  ISSUED BY(발행기관): TRAVELERS EXPRESS COMPANY, INC.(트래블러스 익스프레스 컴퍼니)

  DRAWER(수표 발행인): U.S. Bank

  DRAWEE(지정지급인): PREFERRED BANK, LOS ANGELES. CA

  Authorized Signature〉

 

 

  자금 세탁을 하여 추적 불가능한 자금?

 

 

선양 WTC 사업에 참여했던 김진경(사진) 당시 동북아재단 이사장은 1억 달러의 출처가 김대중 비자금임을 알고 사업 철회를 스즈키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스즈키 씨가 전성식과 김홍걸씨 앞으로 보낸 내용증명엔 이후의 상황 전개를 이렇게 적었다.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후 저희 프로젝트는 순탄하게 진행되었으나, 그 후 동북아재단 김진경 총장께서 LHL 투자회사에 예치되어 있는 1억 불을 중국 선양사업에 투자하지 말 것을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와 스즈키 씨께 통지하셨고, 그 이유는 LHL 투자회사에 예치되어 있는 1억 불 사업자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 관계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스즈키 씨는 김홍걸 박사와 전 교수가 최종으로 투자결정 후 투자금을 예치까지 한 시점에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스즈키 씨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기 때부터 전성식 박사를 포함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도 중국 프로젝트 사업자금이 김 전 대통령 가족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자금 사용 반대 의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급히 동북아재단에 긴급 미팅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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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양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김대중 비자금을 자금원으로 하는 사업임을 알고 추진해왔는데 김진경씨가 표변, 놀랐다는 주장이다. 이 단계에서 김진경씨는 김홍걸 측이 스즈키 씨에게 수표를 보여주고, 팩스로 사본을 보내주었다는 점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2010년 1월 중순경 동북아재단에서 긴급 미팅을 하게 되었으며 그 자리에서 김진경 총장은 스즈키 씨와 삼일회계법인 김영현 전무님께 LHL 사업예치금 1억 불이 김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표면화되어 동북아재단과 연관될 시 국회청문회에서까지 거론되고 동북아재단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므로 LHL 투자회사 사업자금을 철회하고 사용하지 말라고 저희에게 요구하였습니다. 김진경 총장과 스즈키 씨가 LHL 사업자금 관계로 미팅을 할 당시 전 박사는 Mr. Lui와 사업 관계로 미국 L.A.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자금에 대한 충격적인 발언 소식을 스즈키 씨는 전 박사에게 전하였고 전 박사는 LHL 사업자금은 그동안 Mr. Hans Lui가 꾸준히 수년간 여러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 투자하여 왔었고 그동안 많은 자금의 탈바꿈을 통하여 현재로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으므로 매우 안전한 자금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스즈키가 1억 달러 수표로 압박하는 장면

 

  이는 돈세탁을 많이 하여 당국이 추적해도 실소유자를 알 수 없게 만들어 안전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스즈키 씨가 전한 말이니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은 스즈키 씨가 1억 달러 수표를 제시, 압박하는 장면이다.

 

  〈전 박사는 스즈키 씨에게 김진경 총장과 동북아재단 임원들과도 연락을 끊고 LHL 사업자금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라고 스즈키 씨에게 지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전 박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즈키 씨에게 계속 LHL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후 전 박사는 이 내용을 동북아재단 김진경 총장의 아들께 알렸습니다.

 

  LHL 사업투자 재추진 결정을 보고받은 김진경 총장은 2010년 1월 중순경 재차 동북아재단 사무실에서 사업투자 재추진 결정에 대한 회의 중, 스즈키 씨와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에게 LHL 투자금은 존재치 않으니 더이상 LHL 투자회사의 사업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스즈키 씨는 너무나 기대에 벗어난 김진경 총장의 독선과 발언이 합당치 않고 사업 초기부터 전 박사의 선양 WTC 프로젝트 사업자금 조달 계획과 의도 그리고 또한 김홍걸 박사와의 선양 WTC 프로젝트 상황과 관련을 초기부터 설명하려 노력하였으나 스즈키 씨의 설명을 김진경 총장은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스즈키 씨는 실제 LHL 투자회사 자금의 존재를 증명키 위하여 전 박사가 FAX로 보내준 미국 U.S.Bank에서 발행한 LHL 투자회사의 1억 불(US $100,000,000.00) 현금수표 사본을 회의에 참여 중인 김진경 총장, 김○○, 이○○, 김○○ 처장, 김영현 전무 앞에 제시하였으며, 모두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전 박사는 이 사업 초기부터 수없이 말씀하시고 행동에 옮기셨던 바와 같이 LHL 투자회사의 사업자금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김 전 대통령 가족에게서 투자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이 사업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 시점에서, 김진경 총장이 사업 참가자들의 의견과 사업상황 등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일방적으로 LHL 투자금 사용을 반대하시고, 또한 직접 동교동 이희호 여사에게 LHL 사업 투자금을 선양 프로젝트에 절대로 사용치 못하게 해달라고 동북아재단의 임원을 통하여 전달하셨다며 김진경 총장의 의도를 이해치 못하겠다며 전 박사는 스즈키 씨에게 전했습니다.〉

 

 

  사이버 해킹 등으로 추가 정보 수집한 듯

 

  국정원이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확보한 뒤 어떤 추가 조사를 하였는지는 추가 취재가 필요한 영역이다. 관련자의 컴퓨터를 해킹하였을 가능성은 있다.

 

  2018년 12월 12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 때 증인으로 나온 이유환 국정원 처장에게 검사는 이 처장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묻는다.

 

  “대북공작국은 김대중 삼남 김홍걸 및 동명이 설립한 회사 대표 손○○, 비자금 관리책 의심 재중(在中) 박○○ 및 재미(在美) 전성식, 비자금 제보자 테리 스즈키 등에 대한 사이버 ○○(주-기자가 법정에서 들었을 때 분명하지 않은 대목) 시도가 일부 성공하는 등 민간인 사찰이 확인되는데 맞나요?”

 

  이 처장은 “사실이다”고 말한다. ‘사이버 ○○ 시도’가 성공했다는 말은 해킹에 성공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국정원은 해킹을 통하여 공개할 순 없지만 상당한 정보를 얻은 것 같다. 국가정보기관의 해킹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무리한 수사가 빚은 안보 자해(自害) 행위로 판단된다.

 

 

  추적자들을 감옥에 보낸 논리

 

  지난해 7월 26일 이른바 ‘김대중 비자금 뒷조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3차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김 전 국장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진행 중 보석으로 석방되었던 이들은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IRS) 요원 등에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활동비를 지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중대한 안보 사건을 조사하는 팀이, 위장회사인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신규 공작사업에 사용했다는, 회계상 미비(未備) 정도의 문제인데도 감옥에 보냈다.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은 기존에 있는 공작사업이나 해당 가장체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DJ 비자금 추적이라는 신규사업에 사용한 것은 위법(違法)이라는 게 재판장의 논리였다. 피고인들은 이 비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으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무시하였다. 재판부는 최종흡 전 차장과 김승연 전 국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따로 설명했는데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해당 공작사업이) 국정원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위법인 가장체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을 수단으로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이 사업들의 합법성을 막론하고 피고인의 이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자신이 추진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계속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피고인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과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의 조직문화 속에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도 분명히 인정이 된다. 가장체 수익금을 개인적으로 취한 것은 없다. 피고인은 초범으로서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이를 참작해 피고인의 실형 선고를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

 

 

  “利敵행위를 막으려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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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1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공작비를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쓴 혐의를 받고 있는 최종흡(왼쪽)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1시간15분 가까이 진행된 판사의 판결문 낭독을 나란히 서서 지켜보는 내내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종흡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14일 열린 최종 변론에서 “대북비자금은 ‘이적행위’라 조사한 것”이라며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같았을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우리가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DJ 비자금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위장 사업체를 세워가지고 5억 달러가 확보돼 있다는 첩보가, 제가 직접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고 배경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보면 돈들을 중국으로 도피시켜가지고 ‘World Trade Center’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 명분으로 돈을 빼냅니다. 거기서 펀딩을 받고 수익금을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로 해가지고 보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팩트입니다. 저는 이 지시를 받고 3개월 반 만에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몰랐습니다. 다만 원장님 지시로,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하고, 그때 미국, 이런 팀을 만들어서 국세청하고 이렇게 협의를 하도록 만든 게 저의 전부입니다.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것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무 범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첫째가 이적(利敵)행위입니다. 돈을 들여가든지 재물을 들여가든지 그런 이적행위는 국내 보안정보 업무상으로도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이것을 자꾸 정치적인 공작 차원에서 얘기를 하니 저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양심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가 없는 이 태양과 같다, 이 말씀 하나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검사도 판사도 김대중 비자금의 실체 여부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었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은 증거물로 제출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판인지 변호인들도 수표를 법정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 차장과 김 국장이 공금을 한 푼도 사용(私用)하지 않았음이 밝혀진 점이다”고 자위했다. 그는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에 관한 한 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는데, 북한으로 거액이 들어간다는 확실한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한 것을 가지고 경리 문제로 간부들을 잡아넣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억울해하였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1월 16일 항소심에서 최종흡 전 차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김승연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같은 형량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위법하게 유용해 공작사업에 썼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DJ 비자금’이나 노 전 대통령의 금품 제공 의혹 등을 추적하는 것은 국정원 고유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종흡 전 차장은 오는 7월이면 출소한다. 그의 입에서 무슨 폭탄선언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1억 달러 수표는 그가 말한바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태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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