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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29)
박석홍 전 소수박물관장(가운데 글자판 든 사람)이 소수서원 입구에서 관련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뒤로 세한도의 소재가 된 취한대와 학자수가 보인다. [사진 송의호]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보다 93년이 앞서요.”
서원 입구에서 박석홍(64) 전 소수박물관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영주로 ‘조선 유학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 나라얼연구소(소장 황영례) 회원들을 맞아서다.
조선 명종이 '소수서원' 편액 써 하사
일신재(日新齋)와 직방재(直方齋)는 소수서원의 원장과 교수 등이 기거하던 집무실 겸 숙소이다.
1550년 명종은 풍기군수 퇴계 이황 선생이 상소를 올리자 ‘소수서원’이란 편액을 써서 하사한다. 풍기 ‘백운동서원’을 나라의 공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해 달라는 건의였다. 조정은 편액과 함께 서원 운영에 필요한 서책과 노비, 토지까지 내린다. 이른바 우리나라 사액(賜額)서원의 효시다. ‘소수’는 ‘(유학을 다시) 이어 닦는다’는 뜻이다.
당시 교육기관은 공립으로 향교와 성균관이 있었고 사립은 서당이 전부였다. 대학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은 성균관뿐이어서 인재 양성은 절대 부족했다. 박 전 관장은 그걸 ‘국내 첫 사립대학’으로 쉽게 설명한 것이다. 그는 “현재 사립학교에 국가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소수서원은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건립했다. 우리나라에 주자학을 처음 들여온 회헌 안향 선생이 머문 자리였다. 주세붕은 그곳에 회헌 사당을 짓고 건물을 세운 뒤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으로 명명했다. 최초의 서원이다.
소수서원 옆으로는 죽계천이 흐르며 바위에는 퇴계가 쓴 흰색 ‘白雲洞(백운동)’과 주세붕이 쓴 붉은색 ‘敬(경)’ 자가 새겨져 있다. [사진 송의호]
서원 입구와 옆으로 흐르는 죽계천 주변에는 노송이 숲을 이뤘다. 적송인 이른바 ‘학자수(學者樹)’ 군락이다. 『소수잡록』에는 “1654년 서원 경내에 소나무 1000그루를 식재했으나 겨우 500그루가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수령 350년이 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겨울을 이기는 소나무처럼 유생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선비가 되라며 ‘세한송(歲寒松)’으로도 불렀다. 거기서 세한도 그림 이야기가 나왔다.
"권돈인이 그린 학자수 풍광이 원조 세한도"
“세한도 하면 추사 김정희만 떠올립니다. 원조는 소수서원인데…. 철종 시기 영의정을 지낸 권돈인이 이곳 순흥으로 유배 왔을 때 학자수를 보고 문인화를 그린 뒤 평생 우정을 나눈 추사에게 보냅니다. 뒤에 추사가 권돈인 그림을 토대로 세한도를 새로 그려 제자 이상적에게 선물하지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위)와 권돈인의 세한도. [사진 박석홍]
권돈인이 소수서원의 취한대(翠寒臺)와 학자수 풍광을 그린 것이 ‘원조 세한도’라는 게 박 전 관장의 해석이다. 거기엔 대나무와 매화도 등장한다. 추사는 권돈인의 그림을 보고 “의미가 이 정도는 돼야 자기 마음을 표현했다 할 것”이라는 발문을 남겼다.
소수서원은 유생의 학적부인 입원록(入院錄)이 남아 있다. 1888년(고종 25) 마지막으로 입학 때까지 350년 동안 졸업생은 4000여 명이 나왔다. 출신 지역은 영주 인근뿐이 아닌 한양을 비롯해 팔도를 망라한다. 입원록에 이름이 남은 인물은 학봉 김성일, 약포 정탁(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구명), 초간 권문해(우리나라 최초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 저술), 월천 조목, 성재 금난수, 격암 남사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퇴계의 이름난 제자들이 특히 많다.
한국의 첫 사립대학 소수서원은 내년 7월 도산서원‧병산서원 등과 함께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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