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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진의 싱글맘 인생 레시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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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양육의 터널에서 벗어나면 눈앞에 탄탄대로가 환히 펼쳐질 줄 알았는데 산사태로 뚝 끊긴 도로를 맞닥뜨린 기분이 든다.


제 인생 선배인 언니들이 아픕니다. 몸과 마음이 다, 아니, 마음이 더 지치고 아픈 것 같습니다. 폐경이 되면서 겪는 신체적, 심리적 증상인 갱년기 증후군과 취업과 결혼 등 자녀의 독립으로 인한 심리적 공허감인 빈둥지증후군,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해 집에 있는 남편. 세 가지 시련이 한꺼번에 겹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다 스트레스를 받아 어디 쉬고 기댈 곳이 없습니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20여년의 긴 양육의 터널에서 벗어나면 눈앞에 탄탄대로가 환히 펼쳐질 줄 알았는데 산사태로 뚝 끊긴 도로를 맞닥뜨린 기분. 삶에 배반당한 것 같아 도무지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내 삶을 찾겠다고 스스로 선언해 보지만, 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짜증과 피로를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남편에게 자꾸만 풀게 됩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어디에 앉았든 동승자인 남편도 마찬가지로 당혹스럽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내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뒷좌석에 탔던 아이들이 내리니까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남편의 고질적인 버릇은 왜 또 그렇게 눈에 거슬리는지요. 아무 곳에서나 끅끅 트림하질 않나, 밥 먹다가 말고 이에 낀 음식 찌끼를 손톱으로 빼질 않나, 시큼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밤늦게 들어와 이도 닦지 않고 그냥 자질 않나…. 
  
언니들은 말합니다. 겉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일로 싸우는 것 같지만 그 밑바닥엔 결혼생활을 한 햇수만큼의 응어리가 꿈틀거린다고요. 수십 년째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되풀이하는 잔소리와 말다툼에 지쳐, 이제 간섭이고 대화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요. 
  
언니들과 헤어져 돌아오다 보면 별 도움이 못 됐다는 무력감과 아쉬움이 밀려듭니다. 이렇게 언니들이 자포자기의 심정일 땐 그냥 조용히 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싶어 꿀꺽 삼켰지만, 사실은 타산지석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이혼한 지 반년이 지났을 즈음 도대체 부부는 뭘까 되새김질하게 한 두 부부의 극과 극 사연인데요. 배우자들이 둘째처럼 뇌출혈로 수술을 받아 같은 병동에 장기 입원해 있던 중년의 두 부부가 바로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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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들이 뇌출혈로 수술을 받아 같은 병동에 장기 입원해 있던 극과 극인 두 중년 부부의 사연이 있다. [사진 pixabay]
  
먼저 남편이 뇌수술을 받아 아내가 병간호한 부부의 사연입니다. 남편이 수술 후유증으로 감정의 변화가 일어 말이 50대 후반이지 성격이 어린아이처럼 수줍고 양순하게 바뀌었는데요. 하루는 남편이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아내가 짬을 내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시간 안에 돌아오질 못했어요. 그러자 남편이 마치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눈물 콧물을 철철 흘리며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는 거예요. 주위에서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죠. 허겁지겁 아내가 돌아오자 그제야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울음을 뚝 그치는 겁니다. 
  
다음은 반대로 아내가 뇌출혈을 일으켜 남편이 뒷바라지했는데요. 남편이 보호자를 넘어 트레이너에 가까울 정도로 체계 있게 아내의 재활훈련을 도와 주위의 칭찬이 자자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화장실이나 샤워실처럼 사람이 없는 곳에선 “너 때문에 나까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니 빨리 죽으라”고 아내를 학대하는 이중인간이었어요. 아내가 발음기관이 마비돼 말을 못하니까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거죠. 그제야 아내가 왜 다른 환자나 보호자가 인사만 건네도 입을 하 벌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이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리면서 마냥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아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반대로 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는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남편에게 구석진 곳에서 무방비로 학대까지 당하면서 그 아내는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보호자와 환자로서 입장 차이도 크겠지만,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 왔느냐에 따라 두 사람 생각이 천양지차겠지요. 하지만 남편과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심정은 똑같지 않을까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미워하지 말고 좀 더 잘해 줄 걸, 어영부영 참고 사는 게 아니었는데 등 그 내용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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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을 반면교사 삼아 아내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면 우리 부부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타성에 빠진 부부관계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지요. 그렇지 않다면 이 두 부부를 반면교사 삼아 아내에게 감정이입을 한번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자식들이 떠난 이 빈 둥지에서 남편과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후회를 덜 할지 우리 부부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누구의 엄마와 아빠가 아닌, 삶의 전환점에 선 동반자로서 말입니다. 
  
지금 언니들은 그 두 아내가 돌아가 그토록 바꾸고 싶은 간절한 ‘그때’를 살고 있으니까요. 뇌졸중, 고혈압, 심근 경색 등 우리도 언제 성인병의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언니들과 같은 시대를 사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제가 무엇보다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말입니다. 
  
“언니들, 그동안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연진 프리랜서 작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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