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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심야병원(9)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며 오늘 만난 환자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이 환자를 진료했던 것을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오랜만에 가요를 한번 연주해 보았다.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다. 2017년은 이 노래가 정말 많이 불렸던 한해인 것 같다. 그만큼 걱정할일이 많았던 한해였다 보다. “혹시 당신에게 2017년은 힘든 일이 많아서 새로움을 잃어버렸던 한 해는 아니었나?”
올해 지켜야 할 新건강법 10가지
한시간 일찍 자기·고기 매일 먹기도
하지만 가수 전인권 씨는 특유의 창법으로 이렇게 노래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으니 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고, 2018년에는 우리 모두 새로운 꿈을 꾸자고….”
한국인은 너무 빡세게 산다. 모든 일을 모닥불처럼 불태우고 너무 빨리 사그라진다. 하지만 이젠 100세 시대다. 100년을 살아내려면 장거리 마라톤을 하듯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올해 건강하게 살기 위한 건강지침서 십계명을 뽑아봤다.
다 지키기는 어렵더라도 몇 가지만 지켜도 훨씬 건강해질 것이다. 무술년(戊戌年)에는 모든 하는 일에 여유를 가지고,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걱정 말아요 그대….
2018 건강지침서 십계명
1. 한 시간만 일찍 자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한 시간만 앞당겨보자. [사진 pexels]
한국인들은 너무 늦게 잔다.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오락하느라 늦게 자고, 어른들은 일하느라, 술 마시느라 늦게 잔다. 그래서 학교와 직장에는 잠이 부족한 사람투성이다. 제발 한 시간만 일찍 자라. 늦게 잔다고 해서 그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오히려 한 시간 더 자면 능률이 올라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한 시간만 앞당겨보자. 억지로라도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보다 한 시간만 앞당겨 누워보자. 처음에는 잠이 안 오겠지만, 습관이 되면 잠이 온다. 그래도 안 되는 사람은 커피를 2주만 끊어보면 의외로 잠이 잘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물 2L를 홀짝홀짝 마시자
물의 중요성은 다시 말하면 잔소리다. 이번에는 물을 잘 마시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 물은 미네랄이 많이 포함될수록 세포 안으로 잘 흡수된다. 생수가 정수기 물보다 좋은 이유다.
물에 레몬 반쪽을 즙을 내어 넣어 먹어보자. 더욱 풍부한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다. 물은 찬물보다 상온의 물이 좋다. 가능하면 소주잔처럼 작은 잔으로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몸에 쉽게 흡수되어 내 것이 된다.
3. 고기는 늘 옳다
한국인은 아직도 고기섭취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72.6%는 단백질 섭취가 결핍되어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식물성 단백질은 아무래도 흡수와 효율성이 떨어진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젊고 활기차게 살려면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한다.
단백질은 근육, 피부, 장기, 머리카락, 뇌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모든 대사기능이 떨어진다. 또 단백질은 젊음과 정력을 유지시키는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생성이 관여한다. 돼지고기 목살 수육이나 소고기 우둔살이 단백질 함량이 높으므로 매일 일정량 먹는 것이 좋다.
4. 밀가루와 설탕 중독에서 벗어나자
평소 장이 안 좋은 사람, 피부가 안 좋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밀가루와 설탕을 끊어 보자. [중앙포토]
술과 담배만큼이나 몸에 안 좋은 것을 꼽으라면 밀가루와 설탕이다. ‘밀가루 중독’, ‘설탕 중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평소 장이 안 좋은가? 피부가 안 좋고 알레르기가 있는가? 밀가루와 설탕을 끊어보면 확실히 좋아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눈 딱 감고 2주만 끊어보자. 맑아진 피부, 날아갈 것 같은 컨디션 때문에 밀가루와 설탕을 멀리할 것이다. 많은 여성의 희망인 날씬한 몸매는 덤으로 따라온다.
5. 이제는 영양제를 챙길 때
음식에서 영양소를 모두 섭취하는 시대는 지났다. 땅의 영양소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 보고서에 의하면 오늘날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음식물의 영양소 고갈로 인해 50년 전에는 하루 필요 철분을 보충하기 위해 사과 2알과 시금치 한단이면 족했는데 지금은 사과 13알, 시금치 19단을 먹어야 한다.
40세가 넘었는데도 영양제를 안 먹고 있는 사람, ‘나는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는 사람은 기본 영양제 삼총사부터 시작해보자. 기본영양제는 종합 비타민 미네랄 영양제, 유산균, 오메가3다. 이 세 가지 영양제는 중년이 되면 누구나 부족해지므로 매일 먹는 밥처럼 기본적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나머지 영양제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고르면 된다.
6. 같은 시간에 30분만 걷자
매일 30분씩 같은 시간에 걷자. [일러스트 강일구]
건강을 지키는 데 그리 많은 운동은 필요치 않다. 오히려 무리한 운동으로 몸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더 많다. 하루 30분만 걷자. 빨리 걸을 필요도 없다. 산책하듯이 30분 정도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조건이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걷자.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몸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건강이 좋아지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아침에 걷든, 저녁에 걷든 상관없다. 일정한 시간이 중요하다.
칸트는 어려서부터 허약체질이어서 쉽게 병치레를 했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관리로 80 평생을 건강하게 살았다. 그가 하루도 어김없이 정확한 시각에 산책에 나섰기 때문에 쾨니히스베르크 시민들이 칸트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7. 하루 두 번 밥 먹듯이 스쿼트와 플랭크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저녁에 한번, 하루 두 번 밥 먹듯이 스쿼트와 플랭크를 하자. 나는 식탁 앞에다가 매일 아침 운동과 영양제 먹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붙여 두었다. 스쿼트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발달시켜주고, 플랭크는 코어 근육을 발달시킨다. 둘 다 우리 몸의 기둥이 되는 근육들이다. 두 가지 운동만 해도 몸의 균형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두 가지 운동을 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8. 헌신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 신발을 사자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을 들어보자. 밑창이 닳아있거나 신발의 모양이 변형돼 있다면 헌신짝처럼 버려라. 그리고 나에게 잘 맞는 신발을 새로 장만하자.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신발이 변형되었다는 것은 이미 발을 보호하는 기능이 없어졌다는 의미이다.
망가진 신발을 신고 다니면 그 충격이 발을 넘어서 무릎으로 전해져 무릎 통증이 생길 수 있다. 40대가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발의 아치가 주저앉는데, 그러면 발볼이 넓어져서 신발이 안 맞게 된다. 이때도 좀 더 넉넉한 신발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9. 가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
가끔 힘들어지면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 [중앙포토]
요즘처럼 우울증, 공황장애가 많은 시절이 없었다.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서인 것 같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나만 위해 살자. 그것이 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남에게도 스트레스를 안 주는 길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와 닿는 시절이다. 그리고 가끔 힘들어지면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 잠시 나를 돌아보면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긴다.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할 수 있다. 항상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자.
10. 내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내 몸은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싶어서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약간 피곤한 정도일 수도 있고, 통증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몸이 이야기하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아니면 분명히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하는 이야기를 무시한 대가는 반드시 이자를 쳐서 받게 됨을 명심하자. 가끔은 조용한 곳에서 내 몸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보자. 몸이 하는 이야기는 항상 옳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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