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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이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환기가 잘 되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권고안을 내놨지만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국민의 공감대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써도 도움이 된다는 게 방역 당국 입장이지만 KF94 이상 보건용 마스크에 눈높이가 맞춰진 국민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시간씩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무조건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고 대부분 국민이 생각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조차 코로나19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입장이다 보니, 국민 입장에선 건강을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마스크 의존도는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 네이처지 "마스크 임상 연구 거의 없어…개별 위험 예측 힘들다" 사실 감염병 사태에서 마스크 논란은 예견된 측면이 크다. 정부가 내놓은 착용 권고안을 뒷받침할만한 임상적인 근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베이징대학과 호주 퀸즐랜드 공대(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평(COMMENT)에서 "마스크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사용된 이후 대기오염 상황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인지 또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테스트한 임상 연구는 거의 없다"면서 "사람들의 노출과 건강 상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위험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러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잘못된 안전 감각에 빠질 수 있고, 더러워진 공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함으로써 문제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면 마스크로도 감염병 예방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련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만, 홍콩의 퀸 메리 대학병원 연구팀이 2003년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당시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방역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손씻기 등 다른 예방수칙과 병용한다면 감염 예방 효과는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당시 사스 환자 11명에게 노출된 의료진을 비감염(241명)과 감염(13명)으로 나눠 사례 연구를 했다. 이 결과 마스크·장갑·가운·손씻기의 4가지 예방조치를 모두 시행한 의료진 중에는 감염자가 1명도 없었던 반면 이 중 하나라도 빠뜨린 의료진은 모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사스에 걸리지 않은 병원 직원의 마스크를 종류별로 분석한 결과, 수술용마스크(30.7%), N95마스크(54.4%), 종이마스크(15.3%) 등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수술용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한 경우 N95 마스크를 부적절하게 착용한 것보다 보호 기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 의료진에게 우선돼야 하는 이유…"진료 마스크 10%서 바이러스 검출" 의료진의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임상 결과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UNSW)과 중국 질병통제센터(CDC) 공동 연구팀이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BMC 감염성 질환'(BMC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마스크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국내에 마스크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왜 마스크가 먼저 공급돼야 하는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마스크의 외부 표면에 호흡기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검사한 첫 번째 연구라고 적시했다. 연구팀은 중국 베이징시 3개 병원의 고위험 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 148명에게 6∼8시간 동안에 걸쳐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뒤 이들 마스크를 회수해 겉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이 결과, 전체 148개 마스크의 바이러스 양성률은 10.1%(15개)였다.

 

 

 

검출된 바이러스는 감기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와 보카바이러스가 각각 7개와 2개에서 검출됐다. 또 주로 신생아들에게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도 각 2개에서 나왔다. 바이러스 양성률은 하루 6시간을 넘겨 착용한 마스크가 6시간 미만으로 착용한 마스크보다 7.9배나 높았다.

 

 

또 하루에 환자를 25명 이상 진료한 의료진이 쓴 마스크의 양성률은 그렇지 않은 마스크의 5.02배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바이러스는 주로 마스크의 상단에서 검출됐지만, 연구팀은 다른 부분도 오염됐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마스크 사용 시간이 6시간 이상으로 길어지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을수록 마스크의 위험이 커진다"면서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 관계자들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마스크의 이런 문제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호흡기질환자, 마스크 써도 괜찮나…"안전성·유용성에 문제없어" 만성적인 호흡기질환자는 요즘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부득이 다중시설 등에 가야 한다면 외출 시 마스크를 써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미국호흡기치료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호흡 관리'(Respiratory care) 최신호를 보면, 가천대길병원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팀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치료 중인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이 호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세입자를 95%까지 걸러낼 수 있는 의료용 'N95' 마스크를 90명에게 착용시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7명의 환자와 호흡 곤란 여부를 비교했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은 6분 동안 걸은 뒤 10분 동안 쉬게 하는 조건이었다.

 

 

이 결과 마스크를 쓴 환자들의 호흡 곤란 척도 점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환자들에 견줘 나쁘지 않았다. 이는 COPD 등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라도 감염병이나 미세먼지 환경에서는 마스크를 써도 큰 위해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성환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COPD 환자의 마스크 착용에 따른 안전성과 유용성을 함께 평가했다"면서 "요즘 같은 때라면 호흡기질환이 있더라도 외출 시 다중 밀집 장소나 밀폐된 공간 등에서는 마스크를 써도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만, 폐기능이 정상치의 30∼40% 수준으로 많이 저하된 중증 COPD 환자들은 N95와 같은 마스크를 주의해서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KF80 수준이 적당하고. 마스크 착용 중 호흡에 장애가 있다면 바로 벗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방역당국도 만성 폐 질환이 있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호흡곤란증이 생기면 바로 마스크를 벗으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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