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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거울 속, 누구냐 넌?
오늘 아침에도 깜짝 놀랐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웬 꾸부정한 녀석이 아침마다 화장실 거울 속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머리엔 듬성듬성 백발이 얹혀 있고
얼굴엔 온통 검은 점이 제멋대로 그려져 있는 데다
굵은 주름이 밭고랑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한마디로 다 죽어가는 인상이다.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서서 찬찬히 들여다봐도
녀석은 참 초라하게 생겼다. 아니, 불쌍하게 생겼다.
아마도 녀석 역시 한때는 영국산 오리지널 버버리코트 깃을 세우며
명동거리를 싸잡아 어깨를 으스대며 걸어 다녔을 텐데
어쩌다 내 집 화장실까지 찾아왔을까?
그래, 이 모두 썩을 놈의 세월이겠지.
네 초라한 모습을 만든 놈이….
그런데 부탁 하나 할게.
내일 아침부턴 내 집 화장실에 찾아오지 마.
아침마다 너를 볼 때면 내 온몸에 힘이 다 빠진단 말이야.
제발~ 제발~!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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