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뉴스 "중국 가지 말라" 최고 여행경보 발령

미국에서도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일리노이주 보건당국은 미국에서 우한 폐렴이 사람 간에 전염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이 바이러스 감염을 이유로 중국 전역에 대해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최고 수준의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2차 감염 환자는 중국 우한에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 받고 있는 미국 두번째 확진자의 남편이다.

이로써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는 6명으로 늘었다. 60대인 확진자 부부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살며 현지 병원에 입원해 치료중이다. 남편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지만, 현재 상태는 양호하다고 보건 당국은 전했다. 먼저 확진 받은 부인도 병원 격리 병동에서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등지에서는 사람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미국에서는 처음이다.

미국은 사람 간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온 여섯 번째 국가다. 중국, 독일, 일본, 베트남, 한국에서 2차 감염이 나타났다. 미 보건 당국은 이 신종 바이러스가 감기와 비슷하게 감염자의 콧물이나 침 등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고 본다.

엔고지 에지크 일리노이주 공공보건부 국장은 "이번 사례는 매우 밀접하게 접촉한 부인과 남편 간 전염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지만 일반 대중 사이에서 질병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강조하면서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 안에 널리 퍼지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의료진을 포함해 이들 부부와 가까이 접촉한 21명을 추적 관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2차 감염이 나타난 이상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CDC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인 낸시 메소니에 박사는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감염 사례를 볼 것이고 이는 사람 간 전염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는 뜻"이라면서 "매우 심각한 공중보건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소니에 박사는 "정부는 균형된 대응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우리의 대응이 증거에 기초해야 하고 현 상황에서 적절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는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호흡기 질환 확산을 막는 방법으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환자와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손은 20초 이상 꼼꼼히 씻으라고 제안했다. 또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귀국자 스스로 열과 기침 등 증상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CDC는 주문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4개 주에서 확진자 6명이 나왔다. 일리노이주 2명, 캘리포니아주 남부 2명, 애리조나주와 워싱턴주 각 1명이다. 의심 환자는 36개 주에 걸쳐 165명이다. 지금까지 CDC 검사에서 6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92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 국무부는 1~4단계인 여행경보 가운데 최고 수준인 4단계를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발령했다. 4단계는 '해당 지역을 여행하지 말라'는 의미다. 지난 27일 중국 후베이성에 한해 4단계를 발령하고, 중국 전역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여행하지 말라'는 3단계를 권고한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직속으로 꾸렸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TF 구성을 발표했다"며 TF 소속 멤버들은 지난 27일 이후 매일 회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TF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끌게 되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통해 업무를 조율할 예정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CDC·국토안전부·교통부 관료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다만, 백악관은 현 단계에서 미국민의 감염 위험은 낮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미국민의 감염 위험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면서 "모든 관계기관이 지속해서 진행 상황을 모니터하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