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는 표현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렵다. 모든 국정을 제쳐놓고 향북(向北)에 주력하는 문 대통령을 도대체 북한은 왜 비난하는 걸까.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새해 첫 월요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쏟아놓았다.
우리민족끼리는 1월 6일 “진실은 가리울 수 없는 법”과 “스스로 자초한 불안과 고단”이라는 2편의 기사를 싣고 문재인대통령에게 “가소로운 넉두리, 푼수없는 추태”라며 “조선반도정세를 첨예한 대결국면에 몰아넣은”, “그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그 대가를 고달프게 치르게 될 것”이라며 “아전인수격의 궤변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보고 창피스러운 입방아를 그만 찧는 것이 좋을 것”이며 문재인대통령에게 “차례질 것은 불안과 공포, 절망과 패배”뿐이라고 공갈했다.
우선은 높은 기대(high expectation)와 낮은 성과(low product)에 대한 반발이다.
평양의 권부는 선대가 흥남 철수 당시 배를 타고 거제로 내려왔고 재야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북한에 대한 온정주의를 강조한 이력에 큰 호기심을 가졌다.
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된 후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과 손을 잡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호시절은 여기까지였다.
다음이 문제였다. 김정은이 내린 ‘통 큰 결단’의 하이라이트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의 평양시민들에게 연설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연설 내용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전에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핵 위협이 없는 세상을 물려주자는 문 대통령의 연설은 파격이었다. 하지만 연설에 대한 반대급부를 망각했다면 공산주의 전략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특히 문 대통령의 남북경협과 평화경제에 대한 청사진은 북한을 설레게 했다.
멋진 연설이 있었다면 다음에는 잘사는 남측이 그렇지 않은 북측에 대규모 경제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평양의 논리다.
그간 과신하던 ‘지북(知北) 정책’은 판단 미스였다. 사회주의에 공짜는 없다. 국가가 인민들에게 의식주를 무상 공급한다고 선전하지만 체제 충성의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