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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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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은 부모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기 보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독립된 인격체를 ‘부모’라는 틀 안에 가두다 보니 부모 개인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속마음을 알 도리가 없다. 


  
얼마 전 70~80대 부모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연구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부모를 대상으로 1:1 면담이나 설문조사에 대한 경험이 있었지만, 응답자로부터 정확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낯선 설문자에게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을뿐더러 간접화법을 사용해서다. 그래서 40~50대 중년 주부들을 통해 70~80대 친정 부모님과의 면담 및 관찰법을 시도하였다. 
  
40~50대 주부 16명에게 30개의 질문을 주고 친정 부모님 집에서 1박을 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미션을 주었다. 물론, 미션 내용을 부모에게 발설하지 말고 하룻밤 머물면서 마치 놀러 온 것처럼 꾸미게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30개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질문 내용은 ‘욕실이 미끄러워 넘어진 적은 없는지’, ‘가스 불 끄는 것을 잊은 적은 없는지’, ‘부엌 싱크대 위 그릇 수납장이 높으면 그릇을 꺼낼 때 어떤 의자를 이용하는지’ 등 생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알아내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밖에, ‘매번 혼자서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면 어떠한 것이 있는지’, ‘어렸을 적 꿈과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질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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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모친을 청춘 시절 연애하기 시작한 여자(남자) 친구나 절친과 같이 '모친'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상상해 보면 어떨까? [사진 pixabay]



  
직접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나도 미션에 참가하였다. 혼자 사는 모친의 집에 연락도 없이 갔다. 여느 때 같으면 모친이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여 둘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주로 TV를 보다가 모친이 ‘아이들은 잘 있는지’, ‘요즘 사업은 잘되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의례적인 것을 물으면 나는 TV에 눈을 고정한 채 ‘예, 잘 지내요’, ‘별일 없어요’, 등 짧은 단답형 답변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10분 이상 이뤄지기 어려웠다. 

10분 안되던 모친과의 대화, 30분이나 늘어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다가 모친의 질문이 끊어지면, 나는 두유나 견과류 등 즉석식품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냉장고에 먹거리는 좀 남아 있는지 대충 살펴보고 모친 집을 나선다. 모친 집이 지척에 있기도 하거니와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어 보통 30분 정도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미션에 참가한 이 날은 전혀 다른 진풍경이 벌어졌다. 숙지한 질문 내용을 체크하면서 집안을 꼼꼼히 둘러본 후 모친에게 커피를 타 드리면서 내가 먼저 “어머니 여기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 좀 나눠요”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아까 보니까 욕실 바닥이 젖어있어 플라스틱 슬리퍼가 미끄럽데 넘어지신 적은 없으셨나요?”. “지난번 가스 불 끄는 것을 잊어서 불날 뻔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세요?”, “수납장 높은 곳에 있는 그릇을 꺼낼 때 저기에 있는 바퀴 달린 의자 사용한다고 밟고 올라가시면 큰일 나요” 등 평상시 거의 하지도 않았던 걱정거리를 늘어놓았다. 모친은 내가 걱정하는 것이 흡족했는지 밟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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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은 부모를 여자(남자) 친구처럼 개인적인 '인격체' 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생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답을 대략 얻은 후 정서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성당미사 후 친구분들과 주로 어떤 이야기 나눠요?”. “요즘 어르신들이 밝은 계통 옷 좋아하는데 어머니는요?”, “화장품은 주로 어떤 것 사용하세요?” 여기까지 모친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밝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평상시 30분도 채 견디지 못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가던 나였다. 그런 아들이 30분을 훌쩍 넘겨 이런저런 관심을 가져주는 이야기를 꺼내고 진지하게 경청까지 하니 모친은 좋기는 하면서도 무언가 좀 이상함을 감지하였던 것 같다. 
  

말이 길어진 아들, 처음에는 좋았다가 '얘가 왜 이럴까'

  
“어머니의 젊었을 적 사랑 이야기, 연애 이야기 좀 해 보세요”, “어머니의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고,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이 나오자 모친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모친의 눈에 걱정스러운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한세야, 너 혹시 나쁜 생각 하면 안 된다. 무엇이든 어려운 점 있으면 엄마한테 이야기해라” 모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고 있었다. 
  
모친은 내가 혹시 자살이라도 결심하여 마지막으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 집이라고 와도 TV에서 눈을 못 떼고 건성으로 단답형 답변만 하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갑자기 1시간 가까이 살갑게 엄마 걱정을 해 주고, 당신의 사랑 이야기, 꿈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니 ‘이 녀석이 실성했거나 아니면 죽을 생각을 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결국 미션임을 실토하자 모친은 눈가에 눈물이 남아있는 채로 박장대소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자주 안 오고, 10분 만에 집에 가도 좋으니 나쁜 생각은 하지 마라. 엄마는 그거면 된다”. 모친은 집을 나서는 내가 그래도 걱정이 되었는지 마지막 말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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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자녀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걱정'을 하기보다 애정이 담긴 '관심'을 갖는다면 그 속마음 또한 저절로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이 미션을 마친 16명의 주부들의 결과도 궁금했다. 일주일 후 주부들이 다시 모여서 받은 답변을 가지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상당수의 사람이 그동안 부모님의 속마음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몇몇 참가자는 40이 넘도록 친정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모를 만큼 무심했다는 자책감에 울먹이기도 했다. 
  

부모마음 몰랐구나, 자책감에 눈물 

  
자녀들은 부모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기보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모마다 개인적인 특징과 생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했던 ‘아버지’ 와 ‘어머니’라는 틀 안에서만 보려고 한다. 이렇게 독립된 인격체를 ‘부모’라는 틀 안에 가두다 보니 부모 개인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속마음을 알 도리가 없다. 
  
가끔은 모친을 내가 청춘 시절 연애하기 시작한 여자 친구나 절친과 같이 ‘모친’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상상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떠한 옷을 좋아하는지, 사고 싶은 화장품은 무엇인지,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걱정’이 아닌 애정 어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부모를 자녀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걱정’을 하기보다 애정이 담긴 ‘관심’을 갖는다면 그 속마음 또한 저절로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모친을 여자 친구처럼 개인적인 ‘인격체’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온 세상 여자 중에 나를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꼽는다면 이것만큼 쉬운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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