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 시니어센터에서 교양강좌 봉사에 나서는 박주영(왼쪽부터)씨와 최은영씨가 활짝 웃고 있다. [시니어센터 제공]
"USC에서 노년학을 공부하면서 정작 한인사회 시니어 문화는 알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저희가 배운 혜택을 시니어와 나누고 싶어요."
LA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이사장 정문섭, 이하 시니어센터)에 인기 만점인 교양강좌가 생겼다. 시니어들 사이에 '인텔리 여성'으로 불리는 두 강사, 박주영(34)씨와 최은영(26)씨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은 USC에서 노년학을 공부한다. 박씨는 올해부터 석사 과정을, 최씨는 작년부터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남가주 한인사회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책만 파기도 바쁜 두 사람은 '봉사'로 연구현장을 배운다. 자신이 터득한 재능으로 한인 시니어에게 삶의 활기를 채워준다.
박주영씨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10분 '영어ABC', 최은영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10분 '컴퓨터 기초반' 교양강좌에 나선다. 박씨는 한인 시니어가 실생활에 필요한 회화 중심 영어를 가르친다. 최씨는 시니어가 '컴퓨터 까막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디지털기기 사용법에 집중한다.
두 사람은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한국·한인사회의 편견이 싫어 노년학을 학문으로 택했다. 그만큼 나이 먹음과 시니어 삶의 질에 관심 많다. 이론 공부에 빠져있던 그들을 깨운 건 한인 시니어의 열정과 애정이었다.
이를 계기로 박씨는 영어ABC 선생님이 됐다. 7월부터 시작한 봉사지만 자신이 느끼는 기쁨이 더 크단다. 박씨는 "시니어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꾸준히 배우시려는 모습 자체가 제게 깨달음을 준다. 제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재미있기 때문에 영어ABC 수업을 계속 안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최씨는 어릴 때 할머니·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박사 과정을 밟기까지 사회에서 여러 혜택을 받았단다. 최씨는 "시니어센터에 오시는 노인분들은 모두 제 할머니·할아버지나 마찬가지"라며 "그분들이 컴퓨터 켜는 방법, 이메일 사용법,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사용 방법을 알게 됐다며 말씀해주실 때마다 제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사람은 한인 시니어를 위한 진심도 전했다. "노년기가 되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바깥 활동이 위축되곤 해요. 사회활동 의지도 약해지죠. 그럴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시길 바라요. 밖으로 나오면 친구도 있고 시니어를 도우려는 분들도 많습니다. 의지와 용기를 채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