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남부 샌타 클라리타에서 24일 발화한 대형 산불이 밤새 번지면서 주택 1만여 채를 위협하고 있다.
25일 현지방송과 캘리포니아 소방국에 따르면 '틱 파이어'(Tick Fire)로 명명된 이 불은 로스앤젤레스(LA) 북쪽 50㎞에 있는 샌타 클라리타 주택가로 번지고 있다.
불은 고온 건조한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이날 오전 7시까지 약 4천300에이커(17.4㎢)의 면적을 태웠다. 여의도 면적(2.9㎢)의 6배에 달한다. 진화율이 5%에 불과해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방향을 종잡기 어려운 강풍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국 500여 명과 헬기 등이 동원됐다"라고 말했다. 샌타 클라리타는 2000년대 들어 번성한 신흥 주택지로 한인들도 상당수 거주하는 곳이다.
현재 약 4만여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고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전했다. 전소하거나 불에 탄 주택 수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1만여 채가 산불의 위협을 받는 것으로 현지 방송들은 전했다. 불은 밤새 인근 엔텔로프 밸리를 넘어 도로 쪽으로 번져 이 지역 주요 도로인 14번 고속도로가 이날 오전 현재 양 방향으로 폐쇄됐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 캠퍼스는 휴교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산불의 영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부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지 소노마 카운티의 가이저빌에서 지난 23일 발생한 '킨케이드 파이어'는 불길이 계속 번지며 피해 면적이 1만6천에이커(약 65㎢)로 확대됐다. 건축물도 49채가 파괴됐다.
캘리포니아 산림소방국(캘파이어)은 전날 밤까지 피해 규모를 이같이 집계하고, 1천300여 명의 소방관들이 화마와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풍으로 불길이 숲을 가로질러 퍼지면서 곧 불길이 잡히거나 진화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진화율은 아직 약 5% 수준이다. 소노마 카운티에 따르면 지역 주민 2천 명을 상대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소노마 카운티는 2년 전인 2017년에도 대형 화재로 황폐화된 적이 있다.
당시 24명이 숨졌고 약 440㎢의 면적이 불에 탔다. 산불 예방을 위해 17만9천 가구에 대해 강제단전에 나섰던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전날 저녁 대부분의 지역에 전력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킨케이드 파이어 발화 지점 인근의 송전선이 화재 발생 직전 고장 났던 것과 관련해 이 회사는 당시 23만 볼트의 이 송전선에 전력 공급을 차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해 PG&E가 화재를 유발했을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PG&E는 또 26일부터 북 캘리포니아 지역에 또 다른 강풍이 예보된 데다 손상된 전력 장비 복구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많은 고객에게 48시간 이상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보를 발령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산불과 강제단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NYT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는 600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써 캘리포니아주는 3년 연속으로 화재 발생 건수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또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미국에서 한 해 산불로 소실되는 면적이 3만6천㎢를 넘어섰다고 집계했다.
이는 벨기에 국가 면적보다도 큰 것이다. 연구자들이 지구 온난화와 함께 앞으로 산불이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YT는 이처럼 화재가 빈번해지면서 이것이 '뉴노멀'(새로운 정상)이냐는 질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다호대 존 어바처글루 부교수는 "사람들은 우리가 산불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