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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왜? ‘조-윤 대전(大戰)’ 내막

 

 

 

● 감찰설 당시 법무부 감찰관, 조국 부인 변호 법무법인에 근무

● “尹, 수사 잘하면 여당에, 못하면 야당에 죽는다”

● “‘국민검찰 프로젝트’ 가동, 윤석열 대망론 급부상”

● “조국, 총장에 봉욱 밀었지만 文이 尹 임명 강행”

● “文, 임명 강행으로 야당 정권심판론 차단, 핵심 지지층 결속”

● “‘송두율·강정구 사건’ 등 노무현 정부의 검찰 트라우마”

● “文 퇴임 후 수사 막아줄 운명공동체는 조국뿐”

● “靑 경찰·언론 통해 윤석열 비리 의혹 반격 가능성”

● “조-윤, 전쟁 막판 시점에 빅딜? 합의설도 솔솔”

 

 

“작년부터 윤석열 감찰說” 법무부 “답변 어려워” “굳건한 사명감, ‘국민의 검찰’, 수사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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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 죽느냐 윤이 죽느냐만 남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은 한 달여간 대한민국을 달궜다.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문제는 진영 간 싸움으로 번지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끌어올리는 ‘인터넷 대전’으로 비화했고, ‘윤석열의 검찰’은 전방위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칼을 빼 들었다. 개혁과 청렴성의 대명사이던 진보 지식인의 재산 형성과 자녀 교육 문제는 이제 언행(言行)불일치라는 비판을 넘어 법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논란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하면서 검찰의 칼끝은 자신의 인사권자 목을 겨누는 형국이 됐다. 조 장관은 인사권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통한 ‘검찰 권한 축소’를 천명했다. 

 

“이제 ‘석국(윤석열-조국) 열차’는 단선철로에 올라 마주 보고 달리게 됐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의 목을 죄고, 검찰은 조 장관 5촌 조카 조모(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 씨를 구속하면서 칼끝을 조 장관 쪽으로 옮기고 있다. 조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고, 윤 총장은 풍전등화인 검찰 조직을 지켜야 한다.

‘극적 타협’이 없다면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그러니 검찰이 9월 5일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수사 개입을 중단하라’며 공식적으로 반발한 거 아닌가. 동서고금 권력과 검찰은 숙명적으로 부딪치기 마련인데, 어쩌면 검찰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정권 탄생 일등공신과 부딪치고 있는 셈이다.” 

 

복수의 법조계 인사들의 상황 분석이다. 그러나 의문은 꼬리를 문다.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 데다, 야당은 “임명 강행은 정권 몰락의 시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 공세도 거세다. 청년층의 분노와 중도층 이탈 등 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은 문 대통령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조 장관은 왜 사의를 밝히지 않았을까. 검찰은 왜 장관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칼을 빼 들었을까.

 

 

 

 

대통령은 왜 조국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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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월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9월 9일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조 장관 개인의 ‘직접적인 위법행위’가 없을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을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스크가 있는 장관 임명을 두고 인사권자의 고뇌가 컸을 것”이라며 “조 장관 임명이 사법개혁을 위한 순방향인지, 역방향인지를 고민하다가 순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임명한 거 같다”고 말했다.(120쪽 참조)

 

 

 

“대통령으로선 ‘맞불’ 놓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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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다. [김경제 동아일보 기자]

 

 

 

그러나 조 장관을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로 낙인찍고 총공세를 가한 야권과의 승부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분석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총선을 앞둔 상황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다. 

 

“조 장관은 배우자 재산, 딸 교육 문제에 있어 ‘잘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조 장관이 직접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 작용했을 거다.

여기에 ‘포털 대전’이 치러지면서 조국 개인 문제는 ‘진영 대결’로 번졌고, 30~40%대의 여권 지지층이 결집해 한 달여간 전쟁을 벌인 마당에 임명을 철회하면 핵심 지지층 이탈도 우려된다. ‘촛불 혁명의 완성’이라는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둔 만큼 정국 운영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꼈을 거다.

경제는 빨간불이 켜졌고,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이 흔들리고 안보 불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조 장관의 낙마는 자칫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일 거라는 우려에서다. 대통령으로서는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권에서는 ‘검찰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류도 읽힌다. 역대 정권도 정권 후반기에 각종 게이트가 터져 나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검찰에 밀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의원이 많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압수수색과 조 후보자 아내를 기소한 데 대해 이해찬 대표(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들이 검찰 비판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 5일) 국회에 출석해 ‘정치하겠다고 덤비는 건 검찰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발언한 걸 보고 내심 놀랐다. 정부도 (검찰 수사를)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거 아닌가. 이를 용인한다면 인사권자는 대통령이 아닌 검찰총장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임명을 철회하면 검찰의 칼춤을 우두커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점도 고려했을 거다.” 

 

조 장관 임명에는 문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검찰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과의 악연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2003년 3월 평검사들과의 토론회(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검사의 질문에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언짢아했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토론회에 배석한 문 대통령은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문재인의 ‘운명’). 

 

 

 

2003년 10월 청와대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입장을 밝혔지만 송광수 검찰총장은 구속수사를 했고, 2004년 6월 법무부 등에서 ‘중수부 폐지’ 움직임이 일자 송 총장은 “내 목을 먼저 쳐라”며 맞서기도 했다.

2005년에는 천정배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지휘권을 발동하자 김종빈 총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청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 지휘는 받아들이되 적절하지 못한 지시라고 생각해 사퇴했다”고 밝힌 바 있다(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원인이었다는 인식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당일 조 장관 부인(정경심 동양대 교수)을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 위조)로 전격 기소하자 과거 ‘검찰 트라우마’가 나타났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에 대한 인식, 방어기제

 

 

전직 검찰총장 출신 인사는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 때 맺은 검찰과의 악연으로 ‘검찰은 통제가 안 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검찰은 법도 무시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라고 늘 말해왔는데, 이런 인식이 조국 장관 임명과 검찰개혁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은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으로서는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했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조국 장관이 자신의 흠결을 인정하고 낙마하면 그 다음에 닥칠 후폭풍이 더 크다는 불안감, 즉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나 개혁 및 정권 재창출 실패 등 불안한 마음이 생겼을 거다.

이 경우 당사자들(대통령과 여당)은 조 장관을 운명공동체로 인식하고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 장관 관련 논란이) 아주 파렴치한 것도, 불법도 아니니 별일 아니겠지’ 하며 상황을 부정하는 ‘부인’ 기제와 ‘검찰개혁을 위해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하는 ‘합리화’ 기제가 작동했을 걸로 본다.

물론 극히 일부 지지층 중에는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괴로우니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적들이 만든 가짜뉴스일 거야’ 하는 ‘인지부조화’도 나타날 수 있다.”(손석한 신경정신과 전문의)

 

 

 

조국은 왜 던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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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은 한 달여간의 논란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은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어떤 경우든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겠다. 제가 가벼이 마음대로 움직일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앞서 8월 25일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문 대통령은 9월 9일 오전 임명안을 재가하기 전날(8일)까지 임명과 철회를 놓고 고심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9월 8일 오후 4시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조 장관에 대한 임명과 철회 ‘두 가지 발표문’ 준비를 지시했고, 8일 밤 결단을 하고 발표문 초안을 손수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조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함께 일한 A씨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못한 이유를 ‘조국 스타일’에서 찾는다. 

 

“대통령이 윤 실장에게 ‘두 가지 발표문’을 준비시켰다는 뉴스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문 대통령은 치밀한 계산을 하는 성격이 아닌데, 결국은 개혁 적임자라고 생각해 임명을 결정한 거 같다.

조 장관도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여서 사의를 밝힐 수 없었을 거다. ‘조국 스타일’이 있다.

과도한 책임감을 지닌 원칙주의자다. 처음에 (법무부 장관을) 안 한다고 했으면 몰라도 한다고 했다면 임면권자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자기 말을 번복하지 않는다. 냉정하며 신중한 건 조 장관 삶의 원칙이다.” 

 

 

 

문 대통령과 얽힌 ‘특수관계’도 한 요인이 됐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장관은 지난 수년간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을 했고, 좋든 싫든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친(親)문재인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 가족 문제를 살펴온 믿음도 깔려 있고, 고향 부산을 기반으로 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차기 주자라는 점도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조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무장관이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공직”이라고 밝혔지만 내년 총선, 그리고 검찰개혁의 성과에 따라 언제든 정치적 입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내년 총선에 당선된 의원들은 다음 권력을 찾을 거고, 권력은 민심을 좇을 수밖에 없다. 경제 실정과 악재로 인기가 떨어진 문 대통령은 국정 후반기의 구심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게 권력 속성이다. 누가 봐도 ‘문재인 후계자’ ‘문재인 사람’을 차기 유력 후보로 만들어야 구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9월 13일 ‘세계일보’ 인터뷰 중) 

 

 

 

실제 SBS가 여론조사 기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9월 9~11일 진행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녀 1026명 대상)에서 ‘내일 대통령선거를 한다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를 묻는 질문에서 1위는 이낙연 국무총리(15.9%), 2위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4.4%)가 각축을 벌였다.

조 장관(7%)은 3위로 뛰어올랐다. 논란을 버텨내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조 장관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4위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5.3%), 5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5%)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노무현 정부가 만든 검찰청법 34조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 민정수석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민정수석에 앉히고 장관에 임명한 것도 조 장관이 자신의 ‘적자(嫡子)’로 운명공동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됐을 것”이라며 “이제 조 장관은 사생결단으로 검찰과 맞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조 장관은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을 지시했고 △장관 인사권을 단행하고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개혁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사생결단식의 검찰개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법조계 원로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무부와 검찰청 관계는 일반 정부 부처와 외청(外廳)과는 다르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고, 장관급인 검찰총장이 수사를 전담하도록 역할분담이 돼 있다.

수평 관계다. 이는 검찰권 행사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독자적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검찰권이 비대해 장관 인사권으로 재단한다고 하는데, 이는 검찰을 정치에 예속시키겠다는 의미로 비친다. 개혁으로 보지 않는다.

검찰을 개혁하는 이유가 검찰 권한이 비대하기 때문인가, 정치권에서 독립해 공정하게 수사할 필요성 때문인가. 답은 후자 아닌가.

2003년 8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상의 없이 인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자 ‘검찰청법 어디에도 검찰이 인사에 관여하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검찰청법 34조(‘검사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를 개정했다. 사실 열심히 수사한 검사가 누군지 법무부 장관이 알 수도 없지 않나.

 

그런데 인사를 할 수 있겠나. 당시 장관 인사권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개정했는데,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되돌리겠다니 격세지감이다.”

 

 

 

윤석열의 검찰은 왜 칼을 뽑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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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검찰은 칼을 뽑았다. 조 장관 가족 논란과 관련해 검찰은 8월 27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수사에 돌입했다. 9월 6일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조 장관 부인을 전격 기소했다. 검찰로서는 인사권자가 될 수 있는 장관 후보자에게 특수수사 전문가(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들이 나서 칼을 들이댄 것이다. 멈출 수도 없다. ‘조국 가족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실소유주로 알려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씨를 구속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후 소환조사 등 조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작되고 실제 개입 사실이 밝혀진다면 장관직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 윤 총장과 검찰은 엄청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으로부터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은 윤 총장은 “검찰의 가장 나쁜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적폐청산의 상징’이 적폐로 전락했다. 과연 윤 총장이 이런 정치적 파장을 예상 못했을까? 그럼에도 그가 수사에 전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조 수석 가족의 펀드 투자 과정과 딸의 입시 문제 등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가 됐고, 이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된 만큼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지금까지 여론의 관심이 높았던 사안은 검찰 수사가 이뤄진 만큼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검찰에서는 ‘검찰총장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원칙만 생각해야 한다’는 전통이 내려온다. 지금 윤 총장은 칼날 위에 서 있다.

어차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수사를 잘하면 여당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고, 못하면 야당이나 국민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총장 자리는 정치적으로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총장이 원칙을 지키다가 ‘변’을 당하면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고 변을 당하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

공무원은 대통령 신임을 받으면 어떤 자리든 일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은 예외다. 대통령 신임과 조직원들의 신뢰가 있어야 조직을 이끌 수 있다. 이런 걸 감안하고 윤 총장이 판단했을 거다.”(검찰총장 출신 법조인) 

 

“윤 총장은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에도 소신껏 수사했듯이 이번 수사도 그 연장선상으로 본다. 이 정도 의혹이 제기됐고, 사건의 ‘키맨’이 해외 도피를 했으니 증거 확보에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조 장관을 낙마시키려고 수사를 개시한 건 아닌 거 같다. 원래 검찰은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게 당연하다. 인사청문회에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나중에 상황을 보고 수사했다면 오히려 ‘정치 검찰’ 소리를 들었을 거다.”(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의 오랜 특수부 경험이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기소를 불렀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특수통 칼잡이’들에게는 특유의 기질이 있다. 중대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들은 부장검사-차장검사-지검장 등 결재 라인을 혼자서 ‘드리블’을 하면서 넘어야 한다. 결재 라인에 있는 상관이 정치권 인사들과 연결돼 있다면 갖은 이유를 대며 수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검사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제치고 골을 넣는다. 정공법이든 언론과 여론을 활용하든 오롯이 검사의 몫이다.

이런 기질이 몸에 밴 윤 총장도 정치권이라는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계산이 섰을 거다. 보통 사모펀드 관련 수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잡범’이 많다. ‘빈손’으로 수사를 끝내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조 장관의 주변 사람들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거다.

 

 

‘윤석열 스타일’이 친소관계로 일하는 것도 아니다.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판단은 없을 걸로 안다.”

 

 

 

‘특수통 칼잡이’와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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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조국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가 9월 1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그의 말처럼 여론은 일단 윤 총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앞서 SBS-칸타코리아 조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60.2%)이 ‘검찰의 무리한 정치 개입’이라는 응답(35.6%)보다 높았다. 반면 검찰개혁에 대해선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여서 잘될 것’(18.9%), ‘대통령과 여당의 개혁 의지가 강해서 잘될 것’(20.6%)이라는 응답보다 ‘조 장관이 흠이 많아 잘되지 않을 것’(35.9%), ‘야당 반발이 커 잘 안될 것’(19.9%)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과 윤 총장 간 구원(舊怨)도 ‘조-윤 대전’ 촉발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과 올해 상반기에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인과 처가(妻家)의 금전거래 등 비리 정보를 수집하는 내사를 벌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윤 총장이 강하게 항의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전언이다.

지난해 3월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 등이 만나 검경 수사권조정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했을 때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권조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검찰과 법무부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 B씨와 C씨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내사 수준의 감찰을 받았다는 소문은) 지난해 3월 법무부 윗선 지시를 받은 감찰실 수사관이 (윤 총장 관련)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수집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당시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 반발에 대비한 약점 잡기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윤 지검장은 항의 차원에서 휴가를 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는데,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을 위한 인사검증용’이란 말도 있었다.

대체로 ‘청와대의 내사’로 해석하는 이가 많았다. 조 장관(당시 민정수석)은 봉욱 전 대검 차장을 총장으로 밀었는데 안 됐다는 말도 있고, 청와대가 윤 총장 가족 관련 비위 자료도 이미 손에 쥐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조-윤 대전’이 이전투구로 번질 경우 경찰과 언론을 통해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신동아’ 질의에 법무부는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 부인과 처가의 금전거래 등 개인비리 정보를 수집하는 등 내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찰·감사에 관련된 사항으로, 공공기관의 정보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지난해 3월에는 ‘윤석열 감찰설’과 관련해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이 사퇴를 종용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장 감찰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터 매입 의혹을 수사한 이광범 전 특별검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로 지난해 4월 영입됐다. 최근 조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가 이 법인 소속 변호사 6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눈길을 끈다.

‘신동아’는 지난해 3월의 윤석열 감찰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장 변호사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사무실 직원을 통해 연락처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신동아’의 질의에 법무부는 “장 감찰관에 대해 사임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조-윤 대전’으로 조 장관만큼 윤 총장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향후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서울 촌놈 검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출세욕이 있고 사명감도 굳건해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 욕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측근을 중심으로는 대권 프로젝트인 ‘대호(大虎)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는 말도 나왔다.

1980·90년대 ‘리쿠르트 사건’(미공개 주식을 공개 직전에 정·관계 유력건 인사들에게 양도해 공개 후 부당 이익을 준 사건) ‘사가와규빈 사건’(택배회사 사가와규빈의 정계 뇌물 사) 등으로 여러 차례 정권 핵심 인사를 퇴출시킨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처럼 ‘권력의 저승사자’가 돼 수사하면 대권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검찰이 조국 장관 임명 당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사건(지난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처리를 놓고 벌인 여야 충돌 사건)을 넘겨받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연루된 한국당 의원만 59명인데, 현직 장관을 강제 수사하는 검찰이 야당 국회의원들을 수사하는 만큼 ‘야당 탄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고 야당도 수사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편 ‘조-윤 대전’이 공멸의 길이란 걸 깨닫는 어느 시점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전직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민정수석실은 자체 감찰이나 법무부를 통한 감찰이 아니더라도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검찰총장 임명 두 차례에 걸친 인사검증 과정을 통해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빅딜설이 나온다. 윤 총장의 검찰이 수사를 통해 조 장관과 직접 연관된 불법 사항을 밝혀내거나, 여기에 정권 핵심 인사의 펀드 운영 참여 사실이 드러나면, 청와대는 윤 총장에게 빅딜을 제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빅딜은 조 장관이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는 수준에서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대신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있어 검찰이 원하는 바를 얻는 그림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 관장윤과  총장이 입은 내상이 너무 큰 데다 국민적 관심이 워낙 커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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