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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를 보는 두 가지 시각

 

 

 

조금 동이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이고

옥 소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네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드높은 곳에 원성도 높구나

 

 

이몽룡은 거지 차림새로 남원 부사의 생일잔치에 불쑥 나타나 이 시 한 수를 지어 보여 수령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후 “암행어사 출또야”’를 외치는 나졸들을 거느리고 남원 관아에 들이닥쳐 잔치판을 뒤엎었다. 보는 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춘향전’의 한 장면이다. 

 

암행어사는 본디 수령의 불법과 비리를 감찰하고 백성의 고통을 살피는 존재였다. 행정뿐만 아니라 군사, 사법 등 지방 통치를 전적으로 담당한 수령의 정사를 관찰사가 자세하게 살피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조정에서는 때때로 별도의 관원을 파견해 수령을 감찰하게 했다. 이렇게 파견된 관원이 바로 암행어사다. 

 

몰래 관원을 보내 지방 수령을 감찰하게 하는 것이 통치자 입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감찰 대상이 된 지방 수령은 임금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시에 사람을 보내 백성의 고통과 수령의 불법에 대해 조사하게 하자’는 사헌부의 건의에 대한 세종과 신하들의 대화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세종 : 찰방(察訪)을 파견하여 수령의 정사를 감찰하게 하자는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한 도의 권한을 전적으로 관찰사에게 맡기고 한 고을을 다스리는 책임을 수령에게 위임해놓고서, 그들을 의심하여 조정의 관원을 보내 감찰하게 하는 것이 어찌 정치의 중요한 원칙에 부합하겠는가? 예전에 재상 유정현(柳廷顯)이 팔도에 암행을 보내자는 의견을 올려 몇 년 동안 시행해보았지만 상당히 많은 폐단이 생겼다. 

 

 

 

…… 

 

안숭선(安崇善) : 임금의 직무는 오직 적임자를 잘 선택해 임용하는 것입니다. 임용하기 전에 적임자를 잘 선택하고 임용한 뒤에는 의심하지 말아야 임금과 신하 간의 믿음이 돈독해질 것입니다. 이제 감사와 수령을 이미 임용하셨으니 누군가 헐뜯는다고 쉽사리 물러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조정에서 파견한 사람이 백성에게 수령을 고소하도록 해서야 되겠습니까? 

 

세종 : 그대의 말이 나의 마음과 꼭 맞는다.

 

 

<세종실록 15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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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패와 봉서(封書). 마패는 공무로 출장 가는 관원에게 역마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급한 증표로, 마패에 그려진 말의 수는 품계에 따라 정해졌다. 암행어사에게는 감찰할 내용을 적은 봉서(封書), 놋쇠로 만든 자인 유척(鍮尺)과 함께 마패가 지급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지신사(知申事·조선 전기 대언사(代言司)의 으뜸인 정삼품 벼슬) 안숭선은 임금의 중요한 직무로 ‘적임자를 임용하는 것’을 꼽았고, 맡긴 후에는 의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한 백성이 중앙에서 보낸 관리에게 자기 고을 수령을 고소한다면 백성이 윗사람을 업신여기는 풍조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는 안숭선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세종도 결국 “봄가을로 경기도에 감찰을 파견하여 불법을 감찰하는 것처럼 다른 도에도 파견한다면, 백성의 호소나 고발이 아니더라도 백성의 고통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사헌부의 건의를 받아들인다.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위해 탐관오리를 징계한다는 측면에서 감찰의 필요성을 인정한 조치였다. 

 

성종 때, 사헌부 장령 정미수(鄭眉壽)가 어사를 보내 수령의 불법을 조사하자고 청했다. 이에 성종이 예고 없이 불시에 보내자고 하자, 정미수는 반대한다. 불시에 보낸다면 수령들이 문서를 감추기에 급급할 텐데, 수령이 이런 행동을 한다면 백성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왕명을 받든 신하가 몰래 다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사관은 암행어사가 수령의 많은 불법행위를 적발해낸 것을 암행 감찰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았다. 그러나 감찰을 면한 고을에서 수령의 불법이 더욱 심해진 것, 암행어사가 나왔다는 소문만으로도 소요가 일어나는 것 등 부정적인 측면이 컸으므로 암행 감찰 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미수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을 보면 성종과 신하들도 이런 폐단을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중종과 영가부원군(永嘉府院君) 김수동(金壽童)의 대화는 암행어사가 제도화된 이후에도 이러한 고민이 계속되었음을 보여준다.

 

 

김수동 : 근래 암행어사를 보내 수령의 범법 행위를 적발하는데, 이는 타당하지 못한 듯합니다. 윗사람이 올바른 방법으로 아랫사람을 대하지 않는다면 아랫사람 역시 올바른 방법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봄가을로 어사를 보내 백성의 고충을 물으면 되니, 암행어사는 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수령이 법을 어기고 분수에 넘는 짓을 하면 본디 감사가 조사하여 적발하는 법이 있으니 다시 엄하게 살피라고 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중종 : 낱낱이 살피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백성의 행복과 불행이 수령에게 달려 있고, 또 역대 조정에서 시행했던 사례가 있으므로 보내는 것이다.

 

 

<중종실록 4년 11월 9일>

 

 

김수동의 주장은 “임금은 신하를 예로 부려야 하고, 신하는 임금을 충성으로 섬겨야 한다”라는 공자의 말과 일치한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관찰사 입장에서 보면 수령을 관할할 책임을 맡겨놓고 자신을 믿지 못해 암행어사를 파견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종은 김수동의 명분에는 동의하면서도 백성의 고충을 살피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여겼다. 

 

조선 후기에는 판소리의 소재가 될 만큼 암행어사 제도가 널리 시행됐다. 수령의 불법을 적발하는 것은 물론 진휼(賑恤·흉년을 당해 가난한 백성을 도와줌)이나 양전 등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도 암행어사를 파견해 조정의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살폈다. 이는 수령을 감시하고 백성의 고충을 살피는 암행어사의 순기능을 적극 인정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조선 전기에 고민했던 원론적인 문제, 즉 맡기고 나서 의심해도 되는지, 임금의 명을 받든 신하가 몰래 돌아다니는 것이 옳은지 고심한 흔적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조선 후기 사회에는 수령의 불법과 부정부패가 만연해 이러한 원론적인 고민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영미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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