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5c7618da064bd2738de6.jpg

김홍도의 타작(왼쪽)과 논갈이. [국립중앙박물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부근을 지나다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었다. 여인은 자신의 시아버지, 남편, 아들이 잇달아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자로(子路)가 왜 호랑이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여인은 “그래도 이곳에 있으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이 바로 ‘가정맹어호’다.

 

이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가혹한 정치의 선봉에는 늘 세금 수탈이 있었다.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종 4년(1663) 1월 4일에 있었던 현종과 신하들의 대화를 살펴보자.

 

원임 대신 이경석(李景奭) : 선왕 때 호남에서 대동미(大同米)를 13말씩 거두기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들어보니 13말은 너무 많아 필요한 곳에 다 쓰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적절한 수준으로 대동미를 줄여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난번에 관찰사도 대동미를 줄여달라고 청했는데, 묘당에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몹시 잘못된 일입니다. 

 

좌의정 원두표(元斗杓) : 호남의 선비도 상소하여 줄여줄 것을 청하였고 관찰사도 줄여달라고 청했지만, 모두 윤허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들어보니 여러 고을에서는 조정의 명만 기다리면서 아직까지 대동미를 거두어들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현종 : 그렇다면 결코 줄여줄 수 없다. 쓰고 남은 것이 있을 때 줄여달라고 청하는 것이야 관찰사의 직분이지만, 줄이라는 명만 기다리며 아직까지도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은 안 될 일이다.

 

 

<현종실록 4년 1월 4일>

 

 

현종이 즉위한 뒤 몇 년 동안 극심한 흉년이 이어져 백성은 처참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현종 3년(1662) 2월에는 흉년으로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사람이 경상도에만 8만 명이 넘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담양에 사는 백성 이정일(李廷一)은 자식들이 굶주리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스스로 목을 매기도 했다. 

 

이렇게 심한 흉년이 들면 피해 정도에 따라 부세(賦稅)를 일시적으로 줄여주거나 아예 면제해주었다. 당시 호남에서는 전지(田地) 1결당 쌀 13말을 대동미로 거두고 있었는데, 필요한 곳에 쓰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던 것 같다. 이경석은 다 쓰지도 못할 대동미를 원칙대로 거두느니 필요한 만큼만 걷고 나머지는 감면해서 계속된 흉년에 시달린 백성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자고 청했다. 상식적이고 적절한 의견이었다. 

 

그러나 현종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종에게는 곤경에 처한 백성을 구제하는 것보다 국가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듯하다. 이에 대해 사관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이경석의 이 의견은 실로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태주는 도리에 부합한 것이었다. 그런데 원두표는 정승의 신분으로 함께 어전에 나왔으면서도 말 한 마디 거들지 않아, 백성을 보살피는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게 되었다. 너무도 애석한 일이다.

 

 

<현종실록 4년 1월 4일>

 

 

겉으로는 원두표를 비판하지만, 그 안에는 현종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임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동미 감면은 없었던 일이 되는 듯했지만, 한 달여가 지난 2월 12일, 우의정 정유성(鄭維城)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우의정 정유성 : 호남에서 거두는 대동미를 줄여줄 것인지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조판서 홍명하(洪命夏) : 어떤 이는 줄여주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줄여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영의정은 줄여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현종 : 나는 호남에서 거두는 13말이 경기에서 거두는 16말보다는 부담이 적다고 생각한다. 

 

우의정 정유성 : 해마다 계속 흉년이 들어 백성이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데, 어찌 급히 필요하지도 않은 곡식을 바치라고 재촉하여 백성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현종실록 4년 2월 12일>

 

 

정유성은 이경석과 마찬가지로 어차피 대동미가 남을 것이니 백성의 부담을 줄여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현종은 호남에서 거두는 대동미의 양이 경기보다 상대적으로 적으니 원래대로 거두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며 결국 현상 유지를 택했다. 이에 대해 사관은 다소 과격한 어조로 논평했다.

 

 

지금 원두표는 대동미를 줄여주면 안 된다고 힘껏 주장했고, 홍명하도 좇아서 맞장구를 쳤다. 무거운 세금을 마구 거두어들이는데도 백성들이 곤경에 빠지지 않고 나라가 위태로워지지 않은 적은 없었다. 정자는‘변변찮은 지위의 관리라도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원두표는 정승의 지위에 있으면서 이 점은 생각지도 않은 채 주상의 뜻에 영합하여 총애를 유지하려고만 하고, 백성을 괴롭히고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은 개의치 않았으니, 너무도 모질다.

 

 

<현종실록 4년 2월 12일>

 

 

신하들만 비판하는 듯하지만 논평의 강도가 더 세졌다. 대신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임금에게 영합해 백성을 괴롭히고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백성에게 세금을 걷는 것은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이고, 이는 결국 백성의 삶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바탕이 된다.

따라서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거둘지 결정하는 기준은 늘 백성의 삶이어야 한다. 원칙은 그렇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이 대원칙을 곧잘 망각한다. 법을 무기로 백성을 수탈할 뿐 그들의 고통은 돌아보지 않는다. 

 

 

과거 한 TV 뉴스 진행자는 여론을 들끓게 한 세금 인상에 대해 논평하면서 ‘가정맹어호’를 언급했다.

 

공자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가혹한 정치는 죽음보다 무섭다.

 

죽음의 재로 오염된 도시에서 창문 틈 막고 살아남기

영화 '어느날 갑자기(2006)' 입니다

알렉스조, 조회 수 362

[지구 종말 12시간 전]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지구 종말 12시간 전 죽음을 앞두고 각자 하고싶은것을 하는 사람들의 충격적인 모습 과연 지구멸망을 앞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것인가 영화 '디즈 파이널 아워스' 입니다

알렉스조, 조회 수 454

우당 이회영

우당과 형제들의 일대기를 그린것으로 전면적으로 글씨체 및 기존의 좋지 못 했던 것들을 수정하였다.

휴지필름, 조회 수 355

윤봉길의사의 훙커우공원 의거당시 독립투사 이회...

자유인 이회영 4화

휴지필름, 조회 수 346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주’, 우당 이회영 선생 가족!

우당 이회영 선생의 가족을 통해 배우는 애국심! 전재산 600억 조국독립에 바친 우당이회영

휴지필름, 조회 수 329

삼한갑족 우당 이회영 일가의 집터, 조선최고의 명...

자유인 이회영 1화

휴지필름, 조회 수 330

조선최고의 부호였으나 자식의 죽음과 극심한 가난...

자유인 이회영 3화

휴지필름, 조회 수 347

안중근을 존경한 일본인들, 그들은 안중근의 인격...

똘똘이, 조회 수 343

작별의 축제_#001

85년간 함께 했던 그들과의 이별,

휴지필름, 조회 수 358

문재인과 조국 그리고 붕어, 개구리들에게 긴급제...

조국딸 조민사건의 본질을 파헤져본다

신밧드의보험, 조회 수 330

정치깡패 이정재 약력 나이

브레드피트, 조회 수 385

국민은 안중에 없었던 차지철 - 곽영주 [ 박정희 -...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김재규에 총을 맞은 차지철 4.19 혁명 이후 사형을 언도 받은 곽영주 그들은 국민에게 등을 지며 절대적 주군을 섬기게 된다. 이승만의 남자 곽영주 / 박정희의 남자 차지철 그들의 이야기 입니다.

브레드피트, 조회 수 442

정도전이 꿈꾼 세상 VS 이방원이 세우려던 조선 - ...

'육룡이 나르샤' 강사 설민석 쌤의 재미있는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보다 재미있게 가르치는 조선왕들의 이야기

똘똘이, 조회 수 370

조선의 왕과 왕비 이곳에 잠들다 - 구리 동구릉

조선조 초대왕릉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근엄하시고 태조께서 잠들고계시다 매우 아름다운 산새수려하고 늘 푸른청춘의날개여라 청사초롱불밝혀라 푸른하늘 마시자 은하수를 누비라여 푸른초장 즐거운동산이로다 여기가좋사오니...

똘똘이, 조회 수 338

조범동 체포완료!!! 이제 우국환 붙잡자!!!

좌파들은 항상 남의 죽음을 이용한다 1 효순이 미선이 2 세월호 3 이번에는 자살한 검사까지

좌빨씹는정상인, 조회 수 342

[단독인터뷰] 무토 대사 "역사상 가장 깨끗한...

아이러니하게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왜 잘했는지 보임.

좌빨씹는정상인, 조회 수 352

조국 조카 전격 귀국! 전격 체포!! 도대체 왜???

추석연휴동안 시골에서 임시 스튜디오를 만들어 휴대폰으로 찍느라 많이 부실합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조카 체포 부분은..이번에 검찰이 외국에 직접가서 잡아왔다고들 하시는데 그건 설득해서 데려온걸로 봐야죠 애초에 연...

좌빨씹는정상인, 조회 수 355

조국 정경심 소환만 남았다 (정규재 긴급 논평 ; 9...

좌빨씹는정상인, 조회 수 371

현종대 대흉년과 세금 감면 - 사론史論으로 본 조...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김홍도의 타작(왼쪽)과 논갈이. [국립중앙박물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어느 날 공자가 제...

Scott, 조회 수 333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699회)_04

농기구 맥가이버 [충청북도 옥천군] 설계도도 필요 없다! 오로지 머릿속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로 재탄생되는 발명품들!! 내게 필요한 농기구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농기구 맥가이버 아저씨의 발명품 대 공개!! 어느 시골마...

브레드피트, 조회 수 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