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일스, 마지막 세계선수권 金 5개 독식…최다 25개 메달 신기록 북한 남자 리정성 기술 따라 한 첫 여자 선수…독자기술 ‘3종목 4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2주간 열린 제49회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미국 여자 체조의 간판 시몬 바일스(22)였다.
바일스는 13일 한스마르틴슐라이어할레에서 끝난 평균대(15.066점)와 마루운동(15.133점) 결선에서 금메달 2개를 보태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5개를 독식했다. 단체전 금메달로 21번째 메달을 수확해 바일스는 스베틀라나 호르키나(러시아)가 보유한 여자 선수 세계선수권 최대 메달(20개)을 넘었다.
이어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4개 종목을 모두 뛰는 개인종합과 도마를 석권해 금메달 2개를 추가하고 남녀 통틀어 비탈리 셰르보(구소련·벨라루스·1991∼1996년)의 통산 최다 메달과 타이를 이뤘다.
바일스는 여세를 몰아 대회 마지막 날 평균대와 마루운동마저 제패하고 메달 수를 25개로 늘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날 5위에 머문 이단평행봉에서만 메달을 놓쳤다. 바일스의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마지막 두 종목 연기에 세계 체조팬의 눈과 귀가 쏠렸다. 바일스는 주 종목인 평균대와 마루운동 신기술로 이번 대회 예선의 막을 화려하게 올렸다. 그가 마치 농구 용어 같은 더블-더블(평균대), 트리플-더블(마루운동) 기술을 새로 선보이자 체조 팬들은 경탄했다.
더블-더블은 높이 125㎝, 길이 5m, 폭 10㎝의 평균대 위에서 여러 기술 과제를 수행한 뒤 마지막 바닥에 착지할 때 두 번 뒤로 돌아 두 번 몸을 비튼 뒤 내리는 동작이다. 웬만한 탄력과 근력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바일스만의 기술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 '바일스'로 명명된 이 기술의 난도는 'H'로 바일스의 기대에 못 미쳤다.
A부터 시작하는 난도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0.1점씩 높아진다. 현존 최고 난도는 I로 바일스와 미국체조협회는 이를 넘어서는 J난도 공인을 바랐지만, FIG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FIG는 바일스만이 할 수 있는 위험한 기술에서 다른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난도를 일부러 낮췄다.
트리플 더블은 마루운동에서 뒤로 땅 짚고 두 번 돈 뒤 세 번 몸을 비틀어 내리는 동작이다.
북한의 체조 영웅 리정성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연한 기술로 남자 중에서도 이 기술을 할 줄 아는 선수가 거의 없다.
키 142㎝, 몸무게 47㎏의 바일스는 로랑 랜디 코치의 지도로 이 기술을 부단히 연습해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성공한 여자 선수가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자 마루운동에서 뒤로 땅 짚고 두 번 도는 기술은 1970년대 초에 등장했고, 1978년 구소련의 엘레나 무키나가 두 번 돈 뒤 한 번 몸을 비트는 기술을 추가했다.
공중에서 두 번 몸을 비트는 기술은 1988년 루마니아의 다니엘라 실리바스가 완성했다.
이 기술은 여전히 여자 선수들에게 가장 고난도 동작이다. 바일스는 이마저도 넘었다. 두 신기술을 결선 마지막 동작으로 끝내고 바일스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마루운동 2개, 도마와 평균대 1개씩 등 총 4개의 독자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이면서 예술가다.
바일스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가 약물 중독으로 양육을 포기하자 위탁 가정을 거쳐 외할아버지댁에서 자랐다. 6살 때 체조에 입문했고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집에서 공부하며 체조에 매진해 주니어와 시니어 무대를 차례로 평정했다.
바일스는 작년 초엔 전 미국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미투'(나도 당했다)의 중심에 섰다.
그늘이 짙어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무장한 바일스의 빛을 막진 못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지구를 평정한 바일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운동 4개 종목을 휩쓸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선 여자 6개 전 종목 금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