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손흥민(왼쪽)을 바라보는 차범근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축구의 전설 ‘차붐’ 차범근(66)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 골 기록에 근접한 손흥민(27ㆍ토트넘)을 향해 “축구팬뿐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정말 대단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극찬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ㆍ도르트문트 팬 행사 ‘저먼 페스트’에 참석해 자신의 발자취를 따라오고 있는 후배 손흥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유럽 무대 통산 119골을 기록했다. 차 전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최다 득점 기록(121골)과 불과 2골 차다.
차범근 전 감독은 “제 기록까지 2골 남았다. 정말 대단하다”며 운을 뗀 뒤 “독일에서 뛸 때보다 토트넘에서 실력이 훨씬 업그레이드됐고 팀의 핵심그룹에 속해 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라고 우리 모두가 인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차범근은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 받으며, 지금도 현지에서 회자되는 전설적인 선수다. 분데스리가 통산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넣었고, 유럽리그 통산 372경기 121골을 기록했다. 그런 차범근도 손흥민의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차 전 감독은 최다골 기록과 관련해 손흥민과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처음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어린 손흥민(당시 21세)을 만났을 때, 흥민이가 ‘선생님, 제가 선생님 기록 깰 겁니다’라고 당차게 얘기했었다”며 “그때 ‘그래, 한번 해봐라’라고 얘기는 했었는데…”라며 웃었다.
이어 “손흥민의 강한 의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며 “아직도 어리기 때문에 자기 관리만 잘하면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뛰어난 선수”라고 강조했다.
생활 속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다
함께 참석한 이영표(42) KBS 해설위원도 손흥민을 “1980년대 최고의 선수였던 차범근의 재림”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한 이 위원은 손흥민의 구단 선배이기도 하다.
“뛰어난 스피드, 골 찬스에서 회피하거나 양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 양발 모두에 장착한 엄청난 슈팅력까지 차범근과 손흥민의 특징이 많이 겹친다”며 “토트넘의 구단 직원들이 (손)흥민이 칭찬을 하도 많이 해 제가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차범근과 이영표는 최근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후배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차 전 감독은 “세계 무대에 우리 선수들이 많이 진출했다는 건 우리 축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증거”라면서도 “더 많은 걸 배우기 위해 간 만큼 축구에 대한 배고픔, ‘두어스트(durst)’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해설위원도 “지금까지 많은 선배들의 노력 덕분에 아시아 축구를 바라보는 유럽의 시각이 바뀌었다”며 “지금 선수들도 다음 후배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활약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