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캘리포니아 주의 노숙자 문제를 꺼내 들었다. 캘리포니아는 대대로 민주당이 장악해온 '진보의 텃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숙자 문제에 강경 대처할 것을 주문하면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노숙자들의 텐트촌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하던 중 동행 탑승한 기자들에게 "캘리포니아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노숙자 문제)을 방치하면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숙자들에 대해 "대청소해야(clean up) 해야 한다"는 표현도 썼다고 한다. LA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볼티모어에서 열린 공화당 회담 자리에서 "캘리포니아주에 ‘통지’를 보냈다”며 “위대한 미국 도시에 수치가 되는 것들을 쓸어버려야 한다(clean it up)”고 말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1일 오하이오에서 열린 대선 캠페인에서도 "미국 내 노숙자 중 거의 절반 가까운 숫자가 캘리포니아의 길거리에 살고 있다"며 "로스앤젤레스(LA) 길거리에 있는 노숙자 텐트는 끔찍하고 역겹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내버려둔 것은 국가적 망신이고 수치"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노숙자 텐트촌에 있는 노숙인들의 모습.
백악관은 캘리포니아에서 노숙자가 발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로스 앤젤레스와 다른 도시의 연방 개입으로 노숙자와 도시 지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신호를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Washington Post)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관리들에게 로스 앤젤레스와 다른 캘리포니아 도시에서 보이는 노숙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명령했다. 백악관, 미국 주택 도시 개발국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그리고 이번 주에 로스 앤젤레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포함한 일부 기관의 공무원들은 노숙자들을 연방 정부가 관리하는 시설로 옮기는 등 몇 가지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숙자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결책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만 공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노숙자 텐트촌을 해체하고 교외의 집단 수용소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노숙자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와 많은 노숙자들을 강제로 이주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짙다고 WP는 보도했다. 노숙인 문제는 열악한 주거 복지 정책, 급격한 집값 상승, 임금 격차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차별적 발언에 이어 이번엔 노숙자 문제를 정쟁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 소속의 스콧 위너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원은 "트럼프는 자신의 엉망진창인 중앙 정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노숙자를 연방 수용 시설에 몰아넣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은 적절한 주거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고 밝혔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의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원 디안 파인스타인은 "노숙인을 거리에서 쓸어버리는 것이나 감옥에 가두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며 "행정부가 진짜 해결책을 찾는다면 노숙자를 위한 포괄적인 복지와 정신 건강 서비스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 비난에 가세했다. 가세티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정치적 싸움을 멈춰야 한다"며 "거리에 있는 미국인들을 악마 취급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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