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칠순이 된 김용구(남·가명) 씨는 얼마 전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진단명은 ‘노인우울증 고위험군’이었다. 몇 년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온 몸이 저려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차도가 없던 터였다.
만일 김용구 씨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지속적으로 몸이 아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신체적 통증은 우울증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증상으로는 가슴통증, 복통, 변비 등이 있다.
상담을 통해 드러난 통증의 원인은 배우자 사별로 인한 상실감이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수현 교수는 “노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실감을 자주 느낀다”며 “은퇴나 사별로 인한 상실감이 노인성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용구 씨는 노인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지인에게 시니어재능기부를 추천받았다. 전문지식이 있는 시니어가 재능기부로 강의를 하는 활동이었다.
사진기술이 있는 시니어는 장수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한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시니어는 복지관에서 이에 대한 강의를 했다. 분야는 인문학부터 여행경험까지 다양했다. 전문지식이 취업과 연관될 경우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직무강의를 하기도 했다.
시니어강사가 하는 두두아카데미 인문학강좌를 수강한 나정순(여·61) 씨는 “같은 연배의 강사가 설명해 더욱 친근했고 좋은 기회와 강의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은퇴 이후에도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지식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좌가 도움이 된다는 후기와 본인이 가진 지식을 편하게 설명해주면 된다는 점에 이끌린 김용구 씨는 시니어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재능기부를 시작한 김용구 씨는 “강의를 통해 존재감을 찾으니 통증도 사라지고 무기력했던 일상에 활기가 돈다”며 시니어재능기부를 추천했다.
주수현 교수는 “재능기부를 하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 도파민이 촉진될 수 있다”며 “도파민이 촉진되면 의욕이 증진돼 우울증예방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