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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80~90%는 '코리안 퍼'
1917년 미국에 건너와 개량
손질 필요 없는 예쁜 원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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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AP]

성탄 트리는 멀리서 보면 조화로운 삼각형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아주 높고 우람하게 보인다. 아래가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원추형이기 때문이다. 

성탄 시즌이 되면 생나무를 채취하거나 사서 집안에 성탄 트리를 장식하는데 트리 시장의 80~90%를 특정 종의 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그 나무는 원산지는 바로 한국이다. 영어권에서 코리언 퍼(korean fir), 즉 '한국 전나무'로 불리는 나무인데 한국에서는 구상나무라고 부른다. 한국 토종나무다.

시원한 곳을 좋아해서 주로 높은 산에서 서식하며 한라산, 무등산, 지리산, 덕유산 등지의 해발 500~2000m 사이 고지대에서 자생한다. 최근에는 속리산에서도 발견됐다. 

한국 토종인 이 구상나무가 서구에서 성탄 트리 재료로 인기를 끄는 건 모양 때문이다. 원래 성탄 트리는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 상록침엽수를 채취한 다음 적당히 가지를 쳐서 원추형으로 만들어 썼는데 구상나무는 그런 손질을 해서 원추형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모양이 예쁜 원추형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끝은 뾰족하고 아래로 갈수록 가지가 옆으로 펴지는, 성탄 트리의 전형적인 형태와 똑같다.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성탄 트리용 나무다. 다만 다 자라면 높이가 10~20m까지 이르고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사방으로 고루 뻗기 때문에 다 자라기 전, 아담한 상태에서 성탄 트리로 써야 한다.


그러면 한국 특산 구상나무가 어쩌다 미국에 건너가 서구 대표 성탄 트리가 됐을까? 19세기 제국주의 시절 서양인들은 새로운 세계에 가면 반드시 식물과 동물 등 생물자원을 살피고 연구하며 채취해서 가져가는 작업을 했다.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거대한 식물원들은 사실 신대륙이나 식민지, 무역을 위해 진출한 지역에서 채취한 식물 자원을 보존하고 관찰하고 재배 시험을 하기 위해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4년 한국에서 식물자원을 채집하고 있던 프랑스인 신부들은 구상나무 표본을 채취해 1907년 미국의 식물학자 헨리 윌슨에게 보냈다. 이를 받은 윌슨은 1917년 한국에 와서 직접 구상나무를 채취해 갔고 이 나무를 별개 종으로 분류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아비스코레아나 E.H. 윌슨(Abies koreana E.H. Wilson)이라는 학명을 붙여 1920년 식물원 학습지에 발표했다. 아비스(Abies)는 전나무 속이라는 뜻이고 코레아나(koreana)는 종의 이름으로 '한국 전나무'로 소개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옮겨진 구상나무는 성탄 트리로서의 가치를 발견한 미국은 물론 유럽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후 온난화의 남벌로 구상나무가 원산지 한국에서는 세계자연보존연맹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반면 해외로 떠난 '코리언 퍼'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엄청난 돈을 벌어다주는 임업 자원이 됐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리안 퍼' 종자에 대한 권리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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