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매입 검토 지시
지구온난화에 얼음 녹아
자원ㆍ관광사업 보고로
그린란드 "파는 거 아냐"
지구온난화로 표면을 덮고 있는 얼음이 녹으면서 그린란드가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광물자원과 관광산업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6일 소셜미디어에는 그린란드가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의 풍부한 자원과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 참모들과 토의했으며 백악관 법률 고문에게 그린란드 매입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그린란드에서 "우리는 파는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매입 의사를 일축했지만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그 배경과 함께 그린란드를 매입할 경우 가격이 얼마나 될 지를 추산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놨다.
그린란드는 면적 200만㎢가 넘는 세계 최대 섬이다. 약 5만6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덴마크 자치령으로 영내 문제는 자치정부가 결정하지만, 외교·국방 문제는 덴마크 정부가 개입한다. 덴마크는 매년 그린란드 예산의 60%에 달하는 5억9100만 달러를 보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봄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 보조금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린란드 매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46년에도 1억 달러에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덴마크 정부가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1867년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샀고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억3000만 달러인데 그린란드의 면적이 알래스카의 1.5배이니 2억 달러 정도면 될 수 있겠다고 계산해본 뒤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했다.
신문은 또 1946년 제시한 1억 달러는 현재 가치로 14억 달러지만 그린란드의 2016년 국내총생산도 안되는 액수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사람들이 온통 구글에서 '그린란드의 가격'을 검색해보고 있고 '협상의 귀재'를 자처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은 가격이 있다'고 말한 바 있어 그린란드가 얼마인지 취재해볼 수 밖에 없었다"고 우스개 삼아 변명을 하기도 했다.
사실 그린란드에 눈독 들이는 국가는 미국뿐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계획을 북극권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북극 실크로드' 구상을 내놨다. 그린란드의 새 공항 건설사업도 수주했다. 자금 문제로 공항건설은 무산됐지만, 국영석유회사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그린란드 석유 채굴권을 노리는 등 그린란드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꺼지지 않고 있다.
주변 국가들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건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얼음이 녹고 관광사업과 광물자원 개발사업이 활성화되면서다. 덴마크 기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유럽 폭염을 일으켰던 뜨거운 공기가 그린란드로 이동해 지난달에만 2000억t 가까이 얼음이 녹아내렸다. 그린란드는 표면의 82%가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지난 1일 얼음이 녹는 현상이 나타난 지역이 56.5%에 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초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린란드 매입과는 관련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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