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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었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그 생각’이 난다고. 그냥 지나쳤던 말인데 전공의 시절 나는 이것을 직접 확인했다.
전립선 비대는 할아버지들을 괴롭히기로는 일등인 질환이다. 70세가 넘어가면 열에 아홉은 전립선비대가 있고 이것은 배뇨에 악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는 약물치료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수술(내시경으로 긁어내 통로를 확보한다)이 필요한 경우도 상당수다.
이 수술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작용은 역행성사정인데 발기 및 사정(오르가즘도 정상적으로 느껴진다) 자체는 이상 없지만 사정액이 배출되지 않고 방광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수술 전 이 부분을 환자에게 설명하면서 이때 어르신들의 성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듣게 되었다.
우리나라 발기부전 유병률(30세 이상 855명 조사, 1998년)
전체: 52.2%
30-39세: 14.3%
40-49세: 26.2%
50-59세: 37.2%
60-69세: 69.2%
70-79세: 83.3%
80세 이상: 100%
밑에서 두 번째를 보시라. 70대 노인의 17% 정도는 여전히 ‘잘 하고 있다’는 결과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성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성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다루는 비뇨기과 의사인 나조차도 이런데 우리 사회는 어떻겠는가?
보육대란으로 연일 시끄러운 요즘 노인들의 복지는 어떤지 문득 걱정이 든다. 어르신들의 성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숟가락 들 힘 정도는 생기도록 복지에 신경을 써드리는 것이 어떨까. 나의 조부모는 두분 다 93세에 돌아가셨다. 그 분들의 생전 ‘사생활’이 잠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