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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투게더' 9년 간 이끈 이정현 목사
미션투게더에 시니어들이 모여 있는 모습.
미주 한인 노인들 삶 제한적
일단 집에서 나오게 해야
노인사역은 '라이드' 문제 중요
직접 25인승 버스 운행
"지역사회 위한 사역 해야"
빈병 팔아 우간다 아이들 돕기도
미션투게더 이정현 목사(53)는 모든 어르신들의 ‘아들’을 자처한다. 부모 같은 어르신들의 웃음은 이 목사에겐 곧 기쁨이 된다. 시니어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 지 벌써 9년째. 그동안 모든 이의 아들이 되어 조용히 노인들을 섬겨왔다. 한인교계가 미래를 걱정하며 젊은 세대에 관심을 쏟는 사이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노인 사역에 대해 이 목사는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션투게더의 사역 이야기를 통해 노인 사역 현황을 들어봤다.
노인 교육을 위한 사역 단체 미션투게더는 올해로 9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7년 시작된 이 단체는 그동안 장소 문제로 여러 지역을 전전했지만 한인교계에 도움으로 사역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 현재는 풀러턴장로교회(511 S Brookhurst Rd)에 터를 잡고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현 목사는 현재 해외한인장로회(KPCA) 소속으로 브레아 지역 한마음교회 협동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인사역은 왜 중요한가.
"노령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주지역, 그중에서도 남가주 지역은 한인 노인이 많다. 이들을 누가 돌봐야 하겠는가. 교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인 노인들의 생활은.
“미국에 와서 보니 시니어의 역할이나 삶은 극히 제한적이다. 운전을 못 하고 차도 없으니까 밖에 나갈 수가 없다. LA에 사는 분들은 그나마 대중교통이 있어 낫다. 오렌지카운티나 조금만 외곽 지역에 살아도 버스 한 번 타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이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게 필요하다.”
이정현 목사는 한국서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부속병원 원목으로 활동하다 미국(1996년)으로 왔다. 현재 이 목사의 부모도 LA지역에 살고 있다. 이 목사는 “부모님이 미국에 오셨는데 자동차가 없으니까 어디를 가질 못하시더라. 그게 미국생활 아니겠는가”라며 노인들의 고충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 LA지역의 한 노인 양로보건센터에서도 일했었다. 그러면서 노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됐고 사역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미션투게더는 그렇게 시작됐다. 현재 미션투게더는 교육 중심의 사역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업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는데 주로 영어 발음, 단어, 문법, 읽기 수업 등을 제공하고 영어 성경, 시민권 시험준비, 스마트폰 수업도 진행한다. 매학기 25~30명의 노인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이 목사는 라이드까지 다 해준다.
-라이드가 쉽지 않을 텐데.
“노인사역은 무엇보다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것이 ‘라이드’ 문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노인들이 와야 하지 않나. 그래서 얼마 전에 25인승 버스를 구입했다. 지역마다 정류장을 알려주고 세리토스부터 풀러턴까지 노인분들을 픽업한다. 하루에 픽업하고 내려주기까지 3시간 정도 운전을 하는 것 같다.”
-노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나.
“사역 초창기 때는 개인적이 터치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서로 알게 되면서 노인분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주신다. 처음엔 ‘다들 노후를 잘 즐기시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단 한 사람도 편안하게 와서 공부하는 분들이 없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문제, 남편문제, 건강문제, 재정적인 문제, 노인아파트 신청문제 등 고민이 정말 많다. 미션투게더에는 비신자도 많지만 그분들과 목사로서 이야기도 나누고 상담도 해주면서 ‘이게 결국 목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 내 부모님 같겠다.
“물론이다. 오래 다니신 분들은 나를 아들처럼 생각한다. (웃음) 그래서 보람도 크다. 열심히 공부해서 시민권 받고 해맑게 기뻐하시는 모습만 봐도 좋고, 병원에 가셨을 때 미션투게더에서 배운 영어로 질문을 하셨다고 할 때도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노인분들의 지나간 삶도 이해하게 된다. 전쟁을 겪어 어렵게 사신 분도 많고, 과거에 환경적 어려움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시느라 교육을 받지 못하신 분도 있다. 이분들이 집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삶의 활력을 찾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미션투게더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여러 번 거처를 옮겨야 했다. 한때는 장소가 없어 공원에서 사역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이 목사는 “그 모든 시간이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회상했다. 현재 미션투게더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기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또, 단순히 노인 교육기관을 넘어 다양한 자선활동도 펼치고 있다. 물병과 캔을 팔아 3년째 우간다 아이들을 돕고 있다.
-한인교계의 노인사역 현황은.
“대형교회 위주로 운영되는 편이다. 아무래도 작은 교회들은 노인사역까지 하려면 여러모로 부담이 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큰 교회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인들에게도 신경을 안 쓴다는 시선이나 혹은 노인사역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일종의 부담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인사역을 하는 교회도 있다. 그렇다 보니 노인사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거의 없고, 매일 진행하기보다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하는 곳이 많다.”
-노인사역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처음 이 사역을 시작할 때 장소 문제 때문에 여러 교회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마다 ‘독립적으로 하지 말고 아예 교회에 소속돼서 사역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걸 거절했던 이유는 노인사역은 개교회를 위한 것보다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즉, 지역사회를 위해 열려있는 사역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교회들이 힘을 모아 이 사역을 연합으로 함께했으면 좋겠다. ‘내 교회’만을 위한 사역보다는 ‘모두’를 위한 노인사역이 돼야 한다.”
-9년째다. 지치지는 않나.
“물론 육체적으로 지친 적은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아직 괜찮다. 노인분들이 기뻐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피곤하다가도 오히려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