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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뇌세포 파괴 방지…치매 예방·치료 의약품 개발 가능성도"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뇌세포 파괴 방지…치매 예방·치료 의약품 개발 가능성도"
조회 수 368 추천 수 0 Nugurado새로 밝혀진 타우린의 효능
고양이가 수많은 먹이 중 유독 ‘쥐’를 잡아먹으려는 이유는 뭘까. 또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까닭은? 여기엔 과학적인 해답이 있다. 1987년 8월, 저명한 과학학술지인 ‘SCIENCE’ 표지에는 눈이 멀고 심장병에 걸린 고양이 사진이 실렸다.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고양이의 질병이 ‘타우린’ 부족으로 발생했음을 밝혀냈다. 타우린을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유일한 포유류인 고양이는 타우린이 풍부한 쥐를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받았던 것이다. 타우린이 많은 생선도 본능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계기로 타우린은 생체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필수영양소로 떠올랐고, 과학자에게 뜨거운 연구 테마가 됐다.
1일 1000㎎ 이상 섭취하면 좋아 소라·굴·낙지·오징어에 풍부
자양강장제 음료에도 많아
신생아 뇌·시력 발달 도와
타우린은 하루 권장량의 절반 정도를 인체 내에서 생합성한다. 대부분의 세포에서 전기작용을 일으키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특히 끊임없이 빠른 신호전달을 해야 하는 뇌·심장·근육에 집중 분포돼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타우린의 주요 효능은 30여 가지. 신생아의 발육과 관련된 기능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립대 생명공학과 김하원(약학박사) 교수는 “출산 후 모유에는 타우린이 풍부한데, 신생아의 뇌와 망막세포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출산 후 모유가 아닌 분유를 섭취한 신생아에게서 두뇌·시각 발달 저하 현상이 보고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분유에 반드시 타우린을 첨가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다음은 순환기 계통이다. 김 교수는 “타우린은 칼슘 이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해 심장세포의 손상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일본에서는 이미 타우린(50㎎)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약으로 처방되고 있다.
또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포획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타우린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타우린 섭취군은 대조군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간 기능도 개선한다. 일본 교토대 나카시마 교수팀은 간의 일부가 괴사한 쥐에게 타우린을 먹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대조군에 비해 괴사 정도가 48%까지 감소한 바 있다.
피로 회복 효과는 가장 많이 알려진 효능 중 하나다. 김 교수는 “피곤하면 담즙산에 피로물질이 섞여 나온다. 쥐 실험 결과, 타우린은 피로물질을 효과적으로 배설시켜 피로 회복에 탁월한 기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 밖에 비만·암 억제,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시력 보호 등 수많은 효능이 수백여 편의 논문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쥐 임상실험서 효과 입증
최근에는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치매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70%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많아져 생기는 알츠하이머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김영수 박사팀은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가 발현되도록 조작된 쥐에게 매일 30㎎씩 6주 동안 타우린을 공급했다. 이후 미로 찾기 등 실험을 통해 뇌 기능 변화를 관찰했더니 쥐의 인지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김영수 박사는 “타우린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강력하게 결합해 이를 불활성화시켜 뇌세포 파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이 줄어들뿐더러 뇌신경세포가 활성화하는 것도 확인됐다. 김 교수팀은 앞으로 임상연구를 거쳐 타우린을 주성분으로 한 치매 예방 및 치료 의약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타우린은 하루에 얼마나 섭취해야 할까. 김하원 교수는 “보통 하루 1000㎎의 타우린이 필요한데, 인체 스스로 합성하는 양이 절반 정도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암·당뇨병 등 질환이 있는 사람은 타우린이 많이 소모된다. 그 때문에 1000㎎~2000㎎ 정도는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쓰고 남은 물질은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과량 섭취에 대한 부작용도 없다”고 말했다. 타우린은 소라·굴·낙지·대하·오징어 등 해산물에 특히 많다(Tip 참조). 음료로 섭취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대표적이다(약국 판매 박카스D 100mL 기준 한 병당 2000㎎ 함유, 편의점용 박카스F는 120mL 기준 1000㎎ 함유). 건강기능식품과 약은 아직 국내에는 출시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