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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가에서 평균수명의 증가 등으로 인해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건 국가이건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으면 많은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2%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17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이처럼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체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장애인구의 고령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나이가 많은 장애인’(용어 사용과 관련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하 내용에서는 편의상 ‘고령장애인’이란 용어를 사용함)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관련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령장애인의 문제가 정책적 관심 대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으로서 전체인구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던 시기였다.

고령장애인과 관련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정책의 취약함은 물론 이들을 지칭하는 개념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장애인의 경우 장애와 고령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복지정책의 관심이 더욱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장애인정책과 노인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령장애인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 논의 가운데 ‘고령화된 장애인’(aging with disability)과 ‘노인성 장애인’(disability with aging)의 개념과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장애인이란 용어는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인성 장애인’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먼저 ‘고령화된 장애인’은 선천성 장애 또는 출생 이후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해 ‘나이가 많은’ 장애인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노인성 장애인’은 노인성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각종 장애가 발생한 노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이가 많음’을 의미하는 고령의 기준연령을 몇 세로 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고령’의 개념 또는 기준은 법률이나 제도 또는 프로그램 등에 따라 다르게 규정돼 사용되고 있다. 먼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55세 이상을 고령자, 50세 이상 55세 미만은 준고령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연금수급개시 연령과 관련해 60세 이상을 노령자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는 55-79세를 고령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고령화연구패널조사는 45세 이상을 조사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처럼 ‘나이가 많은’ 연령대의 사람을 지칭할 때 고령, 준고령, 노령 또는 노인 등의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고 있으며, ‘나이가 많은 장애인’을 표현하는 용어도 고령장애인, 고령화된 장애인, 장애노인, 노인성장애인 등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향후 고령장애인을 위한 정책의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기 위해 이해당사자간의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령장애인을 규정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연령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명확한 개념 정의와 용어의 정비가 필요하다.

한편 관련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장애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발생해 오랜 기간 장애인으로 살아온 ‘고령화된 장애인’과 늦은 시기에 장애가 발생해 장애기간이 짧은 ‘노인성 장애인’은 각기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고령화된 장애인’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정의하고 자기옹호(self-advocacy)의 강도나 당사자주의 인식이 훨씬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노인성 장애인’은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인식이 약해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사회 중심 서비스, 이동권이나 사회참여 등에 대해서는 ‘고령화된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강한 주장을 하며 ‘노인성 장애인’은 시설입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낮은 특성을 보인다. 한편 ‘고령화된 장애인’은 소득보장 영역에서, ‘노인성 장애인’은 주로 의료보장 욕구에 대한 우선순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장애인의 범주에 함께 속한다 하더라도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인성 장애인’은 각기 서로 다른 정체성과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책은 각각의 특성에 맞도록 특화시킬 필요성 있다. 장애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향후 고령장애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연령의 설정 및 개념정의와 더불어 고령장애인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을 통해 수요자의 욕구에 기반하는 맟춤형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정책과 노인정책의 유기적 연계 강화를 통해 고령장애인의 삶의 질을 실제적으로 높일 수 있는 피부와 와 닿는 정책이 마련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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